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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홍은혜·윤청자 여사의 애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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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홍은혜·윤청자 여사의 애국

입력
2012.04.0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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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6ㆍ25전쟁 직전까지 우리 영해를 지킬 단 1척의 전투함도 갖지 못했다. 북한의 남침 두 달 전에야 최초의 전투함 백두산함(PC 701)을 우리 바다에 띄울 수 있었다. 그것도 미국이 2차 대전 때 쓰던 중고 함정이었다. 그러나 백두산함은 곧바로 큰일을 해냈다. 6월 26일, 북한 특수부대원 600명을 태우고 부산으로 기습 침투하려는 북한 함정을 동해에서 격침시켜 6ㆍ25전쟁의 첫 승전보를 알렸다.

백두산함 도입의 숨은 공로자는 초대 해군참모총장 손원일 제독의 부인 홍은혜 여사이다. 그는 변변한 군함을 갖지 못한 해군 장병들이 매달 봉급에서 10%씩을 떼 내 함정 도입자금을 마련하는 열악한 현실에 눈물 흘리며 삯바느질과 수제품 가공으로 힘을 보탰다. 홍 여사는 또한 장병들이 일본 군가를 가사만 바꿔 부르며 행진하는 것에 가슴 아파하며 '해방행진곡', '희망봉', '바다로 가자' 등의 해군 군가를 손수 작곡했다. 일제 치하와 해방 정국에서 군대 없는 나라가 얼마나 무력한지를 뼈 속 깊이 체험한 까닭에 장병의 애국심과 사기를 북돋우는데 헌신한 것이다.

해군 장병과 가족의 정성이 알려지자 곧 많은 국민이 어려운 형편에서도 100원, 200원 씩 주머니를 열고 보리쌀까지 팔아 보태며 뜻을 함께 했다.

비록 힘 없는 신생국의 못사는 국민이지만, 해군과 군함은 바다와 강토를 지키는 데 꼭 필요하다는 지혜가 있었다. 이러한 국민적 열망에 한데 모여 마련한 백두산함은 부산항 침투와 후방 교란을 노린 북한의 기습 상륙을 미리 저지해 국가적 위기 극복에 큰 역할을 했다. 만약 부산항이 적에게 기습당했더라면, 유엔군 병력과 장비 물자 등을 지원 받는데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홍 여사는 올해 96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해군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늘 정성스레 싸온 떡을 장병들에게 나눠준다.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오늘의 해군력이 거저 얻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며 해군 사랑을 호소한다. 홍 여사는 영원한 해군의 어머니이다.

그 뒤를 이은 해군의 어머니가 윤청자 여사이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으로 사랑하는 아들 민평기 상사를 잃은 윤 여사는 보상금 1억8,000만원을 모두 해군에 맡겼다. 영해를 침범하는 적을 응징할 수 있는 무기 구매에 써달라며 아들의 생명과도 같은 돈을 해군을 위해 내놓은 것이다. 해군은 그 숭고한 뜻을 기려 K-6 중기관포 2문을 구매해 전투함에 탑재했다. 민평기 상사는 그렇게 천안함 46 용사가 목숨 바쳐 지키고자 했던 우리 영해를 수호하는 존재로 영원히 남게 됐다.

홍은혜 여사와 윤청자 여사. 두 분은 군과 무기에 대한 지식이 없는 여성들이었다. 그러나 북한 공산주의자들의 침략 야욕과 만행을 누구보다 절실하게 깨닫고 결연한 애국심을 바탕으로 해군 사랑을 실천했다. 해군이 60여 년간 우리 영해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것은 그런 정성과 헌신 덕분이다.

요즘 제주 해군기지 건설과 관련해 해군을 해적으로 폄훼하는 세태에 두 분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졌을 것이다. 진정한 애국의 길을 다시 생각할 때다.

김희철 육군본부 정책실장·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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