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베이징 주재 한국총영사관에서 3년째 체류해온 탈북자 5명에 대해 추방 형식으로 한국행을 허용했다. 1일 비공개 입국해 당국의 조사 절차를 밟고 있는 이들 일행에는 국군포로 고 백종규씨의 2녀 가족 3명이 포함돼 있다. 중국이 자국 내 외국공관에 들어온 탈북자의 한국행을 허용한 것은 지난해 6월 이후 처음이다. 최근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등을 계기로 우리 정부가 기울인 노력의 성과이자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향적 조치여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중국 정부는 선양과 상하이 주재 우리 총영사관에 2년 이상 장기 체류 중인 탈북자 7명에 대해서도 차례로 한국행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중국 정부의 이번 조치를 탈북자 정책의 기조 전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많다. 외국공관이 탈북자의 한국행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중국 당국의 확고한 입장에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입국한 5명도 우리 공관에 3년 가까이 묶어뒀다 추방한 것은 외국공관 진입을 통한 한국행이 어렵다는 경고 효과를 충분히 거둔 뒤에 취해진 조치다.
중국 정부가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에 대한 한국 및 국제사회의 규탄 목소리를 의식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은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때 이명박 대통령에게 "탈북자 문제에 배려와 관심을 갖고 한국 입장을 존중해 원만히 처리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로서는 핵심 국익으로 삼는 북한 체제의 불안정을 초래할 수 있는 탈북자 문제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우리 정부가 더욱 정교하고 치밀한 논리와 전략 아래 탈북자 외교를 펼쳐야 하는 이유다.
우리로서는 중국 정부의 부담을 가능한 한 줄여주되 인도주의적 측면은 최대로 부각해 호소해야 한다. 이번에 입국한 국군포로 백씨 가족에 미성년자가 포함된 사실을 중국 고위층이 뒤늦게 알고 화를 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국 정부의 탈북자 한국행 허용이 일과성에 그치지 않고 탈북자 정책의 근본 변화로 이어지게 하려면 더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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