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신상담(臥薪嘗膽).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어떤 고난도 참고 견뎌낸다는 뜻으로 섶나무 위에서 잠자며 쓸개를 씹는다 데서 유래한 말이다.
넥센은 지난해 창단 후 처음으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김시진(54) 넥센 감독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이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전신인 현대 시절부터 이어져온 자존심도 바닥까지 떨어졌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은 생각하기도 싫다. 꼴찌를 해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팬들에게도 죄송할 따름"이라며 "올해는 반드시 다른 모습을 보여 주겠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김병현과 이택근을 품에 안다
넥센은 어느 때보다 올 시즌을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다. 지난 11월 자유계약선수(FA) 계약으로 이택근을 4년간 50억원에 데려오며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올 1월 메이저리그 출신 김병현을 16억원에 깜짝 영입하며 시장의 큰 손으로 떠올랐다. 김 감독은 이들이 팀의 중심이 되어줄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는 "실력은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경기를 하다 보면 힘들고 어려울 때가 있을 텐데 그럴 때 팀의 구심점이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2년 만에 친정 팀으로 돌아온 이택근은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하며 타선을 이끌고 있다. 이택근의 활약에 강정호, 박병호, 오재일 등 젊은 타자들은 시너지 효과를 냈다. 김병현은 1군에서는 단 한 차례 등판했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올 시즌 성공 예감을 높였다. 누구보다도 성실하게 훈련에 임하며 후배들에게 모범을 보이고 있다. 이들을 바라보는 김 감독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지 않는다.
올해가 진짜 김시진 야구의 시작이다
넥센은 매년 트레이드로 전력이 약화되는 아픔을 겪었다.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김 감독은 애제자들을 잃으며 마음이 아팠다.
김 감독은 지난 시즌을 앞두고 2014년까지 3년 재계약에 성공했다. 이택근과 김병현을 데려오며 전력 보강도 했다. 올해야 말로 진짜 '김시진 야구'의 시작인 셈이다.
김 감독은 투수 출신답게 강한 선발 투수진을 강조했다. 어느 정도 큰 그림을 그려놓은 상태다. 1선발 나이트를 필두로 밴 헤켄, 강윤구 등이 뒤를 받칠 예정이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김병현은 이르면 4월 말 혹은 5월 초에 1군 마운드에 오른다. 그는 "욕심이야 투수가 더욱 완벽하면 좋겠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며 "강윤구, 문성현 등 젊은 투수들이 더욱 성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상대를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하다. 어차피 우리는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 겁 없이 한번 덤벼 보겠다"고 말했다.
말보다 실력으로 보여주겠다
여전히 전문가들은 넥센의 올 시즌 성적을 하위권으로 분류하고 있다. 아직까지 많은 물음표가 달려있는 것이 사실이다. 김 감독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는 "김병현과 이택근이 왔다고 팀이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는다. 기존 선수들의 활약이 중요하다"며 선수들을 독려하고 있다.
올 시즌 넥센의 덕아웃 분위기는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다. 패배주의에서 벗어나 자신감이 넘친다. 그러나 정작 김 감독은 어느 해보다 말을 아끼고 있다. 시범경기 2위(7승4패)에 오른 뒤에도 "시범 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다"고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오히려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며 이를 보강하겠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마음 속으로 칼을 갈고 있다. 말이 아닌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보여주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그는 "먼 곳을 쳐다보기 보다는 앞에 있는 것을 하나하나씩 정복해 가겠다"고 말했다. 매 경기 최선을 다하다 보면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도 가능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김 감독은 "우리라고 항상 하위권에 머무르라는 법은 없다. 하늘이 얼마나 높은지 모르겠지만 올라갈 수 있는 데까지 한번 올라가 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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