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의 명문인 파리정치대학교의 총장이 미국 뉴욕의 호텔에서 의문의 변사체로 발견됐다.
AFP통신 등은 리샤르 데쿠앵(54) 총장이 3일 오후 1시 투숙 중인 맨해튼의 미켈란젤로 호텔 7층 방에서 알몸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폴 브라운 뉴욕 경찰 부서장은 “정확한 사망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타살로 의심되는 부분이 있다”며 “아직 직접적인 타살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안에는 먹다 남은 술병과 잔, 처방전 등이 있었고, 누군가 다녀간 흔적도 있다고 경찰은 전했다. 그의 휴대폰은 호텔 3층에서 발견됐다.
데쿠앵은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주관으로 컬럼비아대에서 열리는 세계 명문대학 총장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을 방문 중이었다. 그와 함께 뉴욕을 방문한 동료 교수 4명은 당일 오전 9시 예정된 회의에 데쿠앵이 나타나지 않자, 호텔에 연락해 그가 방에 있는지 확인해 줄 것을 요구했다. 호텔 직원은 오전 9시께 문밖에서 데쿠앵의 코 고는 소리를 듣고 깨우지 않았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동료들은 아무리 기다려도 데쿠앵이 오지 않자 오후 1시께 다시 호텔에 전화해 그를 깨워달라고 부탁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간 호텔 직원은 발가벗은 상태로 침대에 누워 있는 데쿠앵을 발견했으나, 이미 숨진 뒤였다.
경찰은 “정확한 사망원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고 수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최고 지성인으로 꼽히는 데쿠앵은 96년부터 파리정치대 총장직을 역임해왔다. 파리 정치연구소, 교육부 등을 거치며 프랑스 고등교육계에 막강한 영향을 미쳤다. 총장이 된 뒤에는 지역 캠퍼스 6개를 신설해 저소득층과 지방학생들에게 교육기회를 제공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프랑스는 위대한 교육자 한 사람을 잃었다”며 “그는 프랑스 교육을 위해 한 평생을 바쳤다”고 애도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