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룸살롱 황제' 이경백(40ㆍ수감 중)씨와 120여차례나 통화한 기록이 확인됐는데도 과거 징계에서 제외했던 A 총경을 뒤늦게 대기발령 조치했다. 또 A 총경과 함께 당시 징계를 면했던 경감 등 6명에 대해 자체 감찰에 착수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3일 "이씨와의 통화기록으로 볼 때 상당한 유착 의혹이 있다고 보고 지난 2일 일단 A 총경을 대기발령 조치했다"고 밝혔다. A 총경은 경찰청에 "거취를 신중하게 고민 중"이라는 의사를 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 따르면 2009년 3월부터 2010년 3월까지 1년 간 A 총경과 이씨의 통화횟수는 모두 128차례로, 사흘에 한 번 꼴이다. 당시는 A 총경이 서울 강남지역의 한 경찰서와 경찰청에서 근무한 시기다.
그런데도 A 총경은 2010년 서울경찰청의 수사 및 감찰에 따른 징계대상에서 제외됐었다. 당시 이씨의 조세포탈과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와 함께 이씨의 통화내역을 바탕으로 일선 경찰관의 유착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경찰청은 경찰청과 경기경찰청에 근무하던 A 총경 등 6명을 빼고 서울경찰청 소속 63명만 추려내 이 가운데 40명을 징계했다. 당시 징계를 받지 않은 6명은 A 총경을 비롯해 경감ㆍ경위ㆍ경사급 경찰 5명이다. 이들 중간간부들도 적게는 1회에서 많게는 40여차례 이씨와 통화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자체 수사에서 밝혀내지 못한 경찰들의 유착 정황이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잇따라 나오자 당혹해 하는 분위기다. 지난달 30일 박모(44)ㆍ장모(44) 경위, 한모(43)ㆍ이모(42) 경사 등이 서울중앙지검 강력부에 체포된 뒤 이들이 이씨로부터 받은 금품과 접대 내역이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모두 2006~2010년 사이 서울경찰청 여성청소년계에서 유흥업소 단속 업무를 맡았고 이후 여성가족부에 파견돼 청소년 보호 업무를 하던 중이었다.
이들 중 2010년 이씨와 한차례 통화한 사실이 적발돼 견책을 받은 한 경사를 제외하면 나머지 경찰들은 이씨와의 유착의혹과 관련해 그간 징계대상에도 오르지 않았던 인사들이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 가운데 모 경찰은 휴대전화를 무려 3개를 들고 다녔다고 한다"며 "그래서 이씨와 통화한 사실을 들키지 않았고 이번에 이씨 진술로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들 4명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한 결과 이 경사에게서는 정기적인 현금 입금 내역이 적힌 통장 10여개와 외제차인 랜드로버 디스커버리4, 크라이슬러 300c를, 한 경사의 승용차에서는 아르마니ㆍ에르메스ㆍ몽블랑 등 명품을 다수 수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경사는 이씨가 붙여준 프로골퍼에게 개인 레슨까지 받은 것뿐만 아니라 서울시내 유흥업소 수십 곳으로부터 매달 200만~1,000만원씩 상납을 받아 그 액수가 50억 원에 달한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