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봄 날씨가 3일 한반도를 뒤덮었다. 서울에는 19년 만에 4월 눈이 내리는가 하면 전국에선 태풍급 강풍 피해가 속출하는 등 겨울과 여름이 뒤섞인 듯한 모양새였다.
3일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서울 종로구 송월동 기상청 관측소에서 눈이 관측됐다. 서울에서 4월에 눈이 공식 기록된 건 1993년 4월 10일 이후 19년 만이다. 다만 기온이 영상을 유지하면서 눈이 쌓이진 않았다. 경기 북동부 및 강원 지역 일부에선 많은 눈이 내려 4월 중 적설량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원 속초시에서는 7cm 눈이 쌓여 1969년 4월 4일 기록됐던 4월 적설량 최고치(5.5cm)를 43년 만에 경신했다.
전국 곳곳에서는 태풍에 버금가는 강풍이 불었다. 이날 제주 고산(31.1m)과 전남 여수(31.0m), 진도(30.7m)는 순간 최대 풍속이 소형 태풍급인 초속 30m를 넘었다. 충남 서산에서는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6.3m에 달해 1997년 4월 29일 기록(초속 25.4m)을 넘어섰다. 통상 봄엔 상층에 한기가, 하층에 난기가 위치해 대기가 불안정한 편이지만 이날처럼 극심한 이상날씨를 보인 예는 드물다.
이 바람에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11시14분쯤 충남 서천군에서 고모(69)씨가 비닐하우스 고정작업을 하던 중 바람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넘어지면서 배수로로 떨어져 숨지는 등 충남 서해안 일대에서만 50여건의 강풍 피해가 접수됐다. 전남 영암군 대불산단 내 25톤 크레인이 이동식 가설 건축물과 함께 주저 앉으면서 주차돼 있던 차량 10여대가 깔리고 주변 일부 공장에 전기 공급이 중단되는 등 호남지역 강풍 피해 신고도 200건을 넘었다. 부산에서 역시 순간 최대 풍속이 초속 23.7m에 달하는 강풍 탓에 간판과 현수막이 뜯기고 신호등과 가로수가 쓰러지는가 하면 도로를 달리던 트레일러에서 컨테이너가 떨어져 옆 차로 차량을 덮치는 등 각종 사고가 잇달았다.
항공기도 무더기로 결항됐다. 제주공항에선 이날 오후 5시까지 제주 도착 39편, 출발 43편 등 총 82편이, 김해공항에선 국내ㆍ국제선 12편이, 여수공항에선 5편이 각각 뜨지 못했다. 광주공항도 3, 4편이 결항하거나 지연 운항돼 이용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이날 이상 날씨는 대기 상층의 북극발(發) 찬 공기가 북서쪽에서 내려왔기 때문이다. 차갑고 건조한 공기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따뜻하고 습한 공기와 충돌하면서 강한 저기압을 형성, 강력한 돌풍을 만들었다. 김성묵 기상청 예보분석관실 분석관은 "지상 5km 상공의 공기가 영하 30도에 이를 정도로 한기가 강력해 이례적으로 저기온과 강풍을 초래했다"고 설명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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