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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삼성전자엔 '갤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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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삼성전자엔 '갤빠'가 필요하다

입력
2012.04.0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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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만해도 이런 세상이 올 줄은 아무도 몰랐다. 애플이 아이폰을 세상에 처음 내놓은 2007년1월의 얘기다.

그 때만해도 삼성전자의 휴대폰은 세계 제패의 꿈에 한껏 부풀어 있었다. '휴대폰의 원조' 모토로라는 이미 추락세가 역력했고, '만년 1위' 노키아는 대중 저가폰 위주였던 터라, 프리미엄 브랜드 애니콜의 정상 등극은 시간문제로 보였다. 하지만 상상하지도 못한 아이폰의 등장은 이 기대를 하루 아침에 물거품으로 만들어 버렸다.

2년 전만 해도 다시 이런 구도가 만들어 질 줄을 아무도 몰랐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추격하기 시작한 2010년의 얘기다.

아이폰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애플에 기습을 당한 업체들은 뒤늦게 급조된 스마트폰을 내놓았지만, 돌아오는 건 망신뿐이었다. 삼성전자의 옴니아도 그런 케이스. 어렵게 쌓아 올린 애니콜 신화는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듯했다.

2010년6월 갤럭시S에 이어 작년4월 갤럭시S2가 나오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삼성전자는 경이적 속도로 질주했고, 순식간에 애플 독주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양강 체제로 바꿔놓았다. 작년 하반기부터는 매 분기마다 1위가 바뀔 만큼 애플과 삼성전자의 혼전양상이 이어지고 있다.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낸 애플의 위대함은 더 설명할 필요가 없겠다. 하지만 기어코 따라잡은 삼성전자 역시 참으로 대단한 회사임엔 틀림없다.

말이 쉬워 추격이고 추월이지, 스마트폰으로 애플을 붙잡았다는 건 사실 기적이었다. 이쪽 업계에선 "잠깐 졸고 일어났더니 다른 세상이 되어 있었다"고 말하지만, 잠에서 깬 토끼가 거북이를 쫓아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경주였다. 무엇보다 애플은 거북이가 아니었고, 달리고 또 달려도 격차는 더 벌어질 수 밖에 없는 싸움이었다. 최강 노키아의 무기력한 모습, 스마트폰 초창기 기세등등했던 림(블랙베리)이 추락하는 모습을 보면, 애플과의 전투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 수 있다. 삼성을 좋아하든 싫어하든, 삼성전자가 2년도 못돼 애플을 추격하는 데 성공했다는 사실에만큼은 분명 박수를 보내야 한다.

이 모든 드라마를 만들어낸 스티브 잡스가 떠난 지 6개월. 이제 어느 한쪽의 독주는 힘들게 됐다. 이 세기의 대결에서 삼성전자는 결코 지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든다.

하지만 패하지 않는 싸움이 아니라, 이기는 승부를 위해 삼성전자에겐 반드시 필요한 게 있다. 애플에는 있지만 삼성전자엔 없는 한가지, 그건 소비자의 열광이다.

애플의 신제품이 나올 때면 전날부터 매장 앞에 줄을 길게 늘어선다. 심지어 애플 직원들이 입는 티셔츠를 받기 위해 장사진을 이룰 정도다. 아이폰 이용자의 80% 이상이 재구매 의사를 갖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고객 충성도로 따지면, 이 세상 모든 제품을 통틀어 애플을 이길 브랜드는 없을 것이다.

무엇이 이렇게 소비자들을 열광케 하는 걸까. 정확하게 '이것이다'라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어쨌든 아이팟을 썼던 아이들이 커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사고 나중에 아이TV까지 구매할 것이란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하다. 애플이 강한 건 기술도 디자인도 죽은 잡스도 아니라 바로 열광하는 마니아들, 이른바 '애플빠'인 것이다.

삼성전자에 절실한 건 바로 이들이다. 갤럭시S3를 손꼽아 기다리고, 아직 수명이 남아있어도 기꺼이 바꾸려고 하는, 스마트폰뿐 아니라 그 로고가 박힌 티셔츠와 모자까지 갖고 싶어 안달이 난 갤럭시 마니아,'갤빠'들이 세계 시장 곳곳에 많아져야 한다.

열광을 이끌어 내려면 기술력 디자인 마케팅은 필수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불충분하다. 갤빠를 위한 플러스 알파를 찾아내는 것, 그것이 삼성전자가 진짜 고민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

이성철 산업부장 sc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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