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날씨는 변화무쌍했다. 오전에는 비가 오다가 진눈깨비로 바뀌더니 오후에는 햇빛이 비쳤다. 4.11 총선을 앞둔 호남권의 표심도 봄 날씨처럼 변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 동안 호남 지역은 "민주당 지팡이만 꽂아도 당선되는 데 별 문제가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그러나 최근 광주 서구을에서 새누리당 이정현 후보가 선전하면서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한 통합진보당 오병윤 후보와 시소게임을 벌이는 등 곳곳에서 이변이 벌어지고 있다. 미디어리서치가 지난달 30, 31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 후보(27.1%)와 오 후보(27.9%)는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전북 전주 완산을 지역에서도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위협하고 있다. 전북일보가 지난달 28일 보도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 후보는 31.2% 지지율을 기록해 민주당 이상직 후보(33.5%)를 턱밑까지 추격했다. 또 최인기 의원(전남 나주∙화순) 등 민주당의 공천 탈락에 반발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후보들도 민주당 후보들과 혼전을 벌이고 있다.
이처럼 호남의 총선 기류가 심상치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민주당의 공천 결과에 대한 유권자들의 실망과 불만이 적지 않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그 동안 '민주당 공천=당선'이라는 인식이 팽배했었는데 최근 공천 잡음 등을 거치면서 민주당이 유권자들을 너무 무시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반독재∙민주화운동 경력 등 나름의 공천 기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뚜렷한 기준도 없고 참신한 인물도 찾아 볼 수 없다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민주당이 시민사회단체 및 친노세력 등과 통합해 외연을 확대함으로써 '전국정당'이란 명분을 얻으려 했으나 호남 지역에서는 현실적으로 당의 정체성 혼란을 가져온 측면이 있다. 기존의 민주당 이미지가 희석되면서 무소속과 새누리당 후보들이 파고들 틈새가 생긴 것이다. '포스트 DJ'시대를 맞아 지역주의가 완화되고 있는 점도 표심 변화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 새누리당 지지가 약한 호남에서는 야권연대의 명분과 의미도 반감된다. 또 공천 논란이 다른 이슈를 빨아들이다 보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다른 쟁점은 변수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앞으로 남은 일주일 동안 적지 않은 변화가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워도 다시 한 번'이라는 얘기들이 나돌면 막판에 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또 불법 사찰 논란이 확산되는 것도 민주당에 도움이 될 수 있다. 호남의 새로운 기류가 변화를 가져올지,'찻잔 속의 태풍'에 그칠지 지켜볼 일이다.
백운선 호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