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한 (선)동열씨, 겸손한 (류)중일씨.'
올시즌 '2강'으로 꼽히는 류중일 삼성 감독과 선동열 KIA 감독이 잔뜩 자세를 낮췄다. 8개 구단 사령탑은 3일 종로구 성균관대 600주년 기념관 새천년홀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올시즌 판세를 조심스럽게 전망했다.
가장 먼저 마이크를 잡은 류 감독은 "올해는 정말 모르겠다. 저희를 1강으로 꼽는 분이 많은데 고맙다"면서 "개인적으로 8강8약으로 하겠다. 부상 선수가 없는 팀이 4강에 진출하지 않겠느냐"고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디펜딩 챔피언'삼성은 탄탄한 마운드에 돌아온 슬러거 이승엽까지 가세해 올시즌에도 가장 확실한 우승 후보로 평가되고 있다. 류 감독의 지나친 겸손이었다.
16년 만에 고향팀 사령탑으로 컴백한 선동열 KIA 감독이 '객관적인'답을 내 놓았다. 선 감독은 "1강7중으로 본다"고 말한 뒤 "아무래도 선발 투수가 좋고, 이승엽까지 돌아온 삼성이 확실한 우승 후보이고 나머지는 부상 선수 없는 팀이 유리하지 않겠느냐"고 밝혔다. KIA 역시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승 후보로 꼽히지만 '대세'는 삼성임을 확인시킨 선 감독의 전망이었다.
나머지 감독들의 의견도 비슷했다. 지난해 롯데를 사상 첫 플레이오프에 직행시켰던 양승호 감독은 "삼성과 KIA의 선발진이 살아 나면 우승후보라 생각하고 나머지 6개 팀은 중위권"이라고 답했다. 김기태 LG 감독도 "확실히는 모르겠다. 1강은 삼성이고 나머지는 시즌이 시작돼봐야 알 것 같다"고 밝혔다. 김시진 넥센 감독도 '1강7중'에 한 표를 던졌다. 한대화 한화 감독은 SK를 포함해 '3강'으로 분류했다. 그러면서 "참고로 지난해 한화가 아시아시리즈 우승팀 삼성에 10승9패로 강했다"면서 은근히 자신감을 내비쳤다. 류 감독과 함께 8개 팀을 모두 경쟁자라 대답한 사령탑도 있었다. 이만수 SK 감독은 "8강8중"이라고 말했고, 김진욱 두산 감독은 "시범경기 시작 전에는 삼성이 1강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8강8약인 것 같다"고 말했다.
8개 구단 대표로 참석한 선수들의 입담 대결도 볼만했다. 박찬호는 "한국 야구에 들어올 때 팬들에게 환영을 받았는데 시범경기에서는 타자들에게 혹독한 신고식을 받았다"고 민망한 시범경기 성적을 에둘러 표현했다. 성균관대 법대를 중퇴한 김병현은 복학할 생각이 없느냐는 한 여학생의 질문에 "우리 누나도 10년간 공부하다 포기하고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다. 삼성 이승엽은 참석한 선수 가운데 '누가 가장 잘 생겼느냐'는 사회자의 물음에 "내 스타일은 김현수"라고 말했다.
올시즌에 임하는 출사표도 잊지 않았다. KIA 윤석민은 "우리 팀은 유일하게 프로야구에서 열 번 우승한 팀이다. 선수들은 우승 경험이 많지 않지만 감독님과 코치님의 엄청난 경험을 배워 올시즌 우승에 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시즌 종료 후 그라운드 안팎으로 악재가 겹쳤던 LG 주장 이병규는 "(윤)석민이는 열 번 우승했다고 하는데 우리는 10년째 (포스트시즌에) 못 나갔다. 하지만 가족 같은 분위기만큼은 최고"라고 말했다.
한편 8개 구단은 7일 공식 개막전인 인천 SK-KIA전 등 4경기를 시작으로 팀 당 133경기, 6개월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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