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이 비공개여서 아쉬웠어요. 정식 콘서트처럼 했더라면 더욱 좋았을 텐데. 해외 콩쿠르처럼 말이죠." 첫 술에 배부르랴. 제1회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에서 특별상을 받은 콰르텟 가이아의 리더 박은주(34ㆍ첼로)씨는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자리가 됐어야 했다고 아직 믿고 있다.
그러나 김의명 한양대 교수 등 심사위원 4명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고 보니 기존 작업에 대한 자신감과 함께 큰 관문을 통과했다는 뿌듯한 느낌이 밀려들었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덕에 성숙하고 조화된 사운드를 들려줬다는 평이었어요." 대상을 수상한 노부스콰르텟은 오디션 후 독일로 돌아갔지만 모두 서울시향 단원인 이들은 통상적 활동을 함께 이어가고 있다. 긴밀한 호흡이 실내악단의 최우선 조건임에 비춰볼 때 이런 환경은 일장일단이 있다. 교향악단의 일정이 우선이지만 스케줄이 같으니 연습시간 내기는 수월하다.
결성 후 창단 공연이랍시고 해보니 앞으로 계속 할 수 있을지, 밀려들던 의구심도 이제는 저만치 떨쳐냈다. 박씨는 "오디션을 통해 전문가들의 평가를 받고 나니, 객관적 해석에 더욱 신경 쓰게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것은 악보와 해석이라는, 음악의 본질적 문제에 성큼 다가서는 길이었다. "베토벤은 작곡가가 원했을 법한, 악보상 지시를 따르는 쪽으로 나갔어요. 슈베르트의 '죽음과 소녀'는 젊은 연주자의 패기에 충실하려 노력했어요." 셈여림 등 각종 기호의 의미를 꼼꼼히 유추해 가는 과정은 결국 재해석이었고 텍스트와의 대화였다.
"앞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곡들을 우리만의 해석으로 많은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어요." 오디션 준비를 계기로 그는 현악4중주라는 양식의 본질에 한층 다가섰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현악4중주곡은 흔히 생각하듯 우아하기보다는 짧고도 강렬하죠. 콰르텟 장르에 대중이 모두 좋아할 만한 인기작이 없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러나 그의 마음 가운데에는 4중주로 표현 못할 음악은 없다는 믿음이 더욱 커졌다.
새로움을 향한 이들의 행보는 거침 없다. 5월 12일 백남준아트센터, 28일 세종체임버홀에서 존 케이지의 전위적인 'Four'를 들려줄 행보의 대극에는 지난해 11월 KBS '명작 스캔들'에 출연하는 등의 노력이 공존한다. 당시 비틀스의 'Yesterday'를 들려줘 입증했던 소통의 의지는 4회 정기연주회 때 샹송 'La Vie En Rose'를 편곡 연주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트위터(@quartetgaia) 역시 열린 창이다.
그는 "기회 닿는 대로 학교나 병원 등지에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열 것"이라고 말했다. '아리랑' 등 그가 편곡해 둔 작품을 선보일지도 모른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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