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종이 신문을 끊고 살았다. 더는 바닥을 칠 수 없는데도 하염없이 곤두박질치는 우리 시대 우리 양심, 그 롤러코스터를 구경하면 뭣하나 싶은 헛헛함에서였다. 그러나 신문 지국은 죄가 없고 신문 배달원은 일이 없으니 다시금 구독하게 되는 신문.
바야흐로 때는 2012년, 아무리 4월에 눈 내리는 수상한 시절이라지만 시대를 역주행하는 불법사찰이라는 단어 앞에 치미는 이 분노를 어째. 유명인사들에게만 해당되는 일이겠지, 라고 치부하기엔 그 마수가 민간인인 우리들에게까지 뻗쳐 있음을 확인하게 된 터, 저마다 생각이 있고 저마다 입이 있는 내가 언제 그 사찰의 대상이 될지 누가 알랴.
좋은 걸 좋다 해도 뭐라 하고 나쁜 걸 나쁘다 해도 뭐라 하니 이 정부는 우리를 뻐끔뻐끔 뇌 없는 금붕어로 아나.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하여 로그인을 할라 치면 비밀번호 변경하라는 둥 여러 메시지가 뜨는데 이렇듯 뒷조사 하는 누군가가 있음을 예견하며 그들이 남긴 힌트랄까.
어쨌든 사찰을 당한 자가 있고 사찰을 행한 자가 있다면 사찰을 시킨 자 또한 엄연히 존재할 터, 모두가 인정하는 나쁜 짓이면 암, 그럼 맴매 맞아야지. 박사논문 표절을 인정하며 대통령 직에서 물러난 헝가리 대통령 팔 슈미트의 말이 떠오른다. 대통령에서 물러나는 것이 내 의무라고 생각한다, 라고 했던가. 물론 그가 잘했다는 게 아니다. 그의 인정과 결단이 참 부러웠다는 얘기다.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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