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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본 벤치열전] 김기태 LG 감독의 '새옹지마(塞翁之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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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성어로 본 벤치열전] 김기태 LG 감독의 '새옹지마(塞翁之馬)'

입력
2012.04.03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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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43) LG 감독은 시범경기를 4위(6승2무5패)로 마친 뒤 "감독으로 부임한 뒤 우리 선수들이 자신감을 갖게 하는 데 주력했는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그라운드 안팎의 잇단 악재로 시작도 하기 전에 좌초 위기를 맞았던 김 감독에게는 전화위복의 기회다. 인생의 길흉화복은 늘 바뀌게 마련이듯 새옹지마를 꿈꾸는 김 감독은 "이제부터는 좋은 일만 생길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했다.

오기로 일어선다

LG 팬들은 지난해 10월 부임한 김 감독을 환영하지 않았다. 새 사령탑 후보로 소문이 나돌던 명장들의 이름값에 크게 못 미친 탓이었다. 스토브리그 기간에는 팀 내 주축 자유계약선수(FA) 3명을 몽땅 잃었다. 주전 포수 조인성이 SK로, 강타자 이택근은 넥센으로, 불펜의 핵심 송신영은 한화로 떠났다. 설상가상으로 경기 조작에 연루된 박현준과 김성현을 눈물을 머금고 퇴출시켰다. 현역 시절 카리스마로 대표되던 김 감독이었지만 마흔 셋의 새파란 초보에게는 너무 무거운 짐이었다. 김 감독은"감독 자리에 오른 뒤 힘든 시간이 계속됐지만 믿고 따라주는 선수, 코치들이 큰 힘이 됐다. 한 번 해보자, 성적으로 보여 주자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시작도 하기 전에 휘청거렸지만 오히려 김 감독은 구단의 외부 FA 영입 제의도, 트레이드도 모두 거절했다. 2군 감독을 경험한 그는 "열심히 운동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팀의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테랑을 끌어 안은 형님 리더십

1969년생인 김 감독은 현역 최고령 선수이자 팀 내 최고참인 류택현 최동수(이상 41ㆍ1971년생)와 두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다. 엊그제까지 형, 동생 하던 사이다. 김 감독은 "그라운드에서만 감독일 뿐 경기장 밖에서는 편하게 지내자"고 말한다. 그는 시범경기 중에도 덕아웃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선수들을 불러 질책도 하고 농담도 하며 끊임없이 '소란'을 피웠다. 그는 "감독을 어렵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선수들이 감독에게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어야 팀이 잘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감독은 지난해 2차 드래프트를 통해 SK에 있던 최동수를 친정으로 복귀시켰고, 팔꿈치 수술 후 은퇴 기로에 섰던 류택현을 플레잉코치로 다시 받았다. 이병규(38)는 8개 구단 최고령 주장으로 임명됐다. 2000년대 들어 베테랑 선수들을 내쫓기 바빴던 LG 내부적으로는 큰 변화의 바람이었다. 그들에 대한 예우도 확실하다. 지난해 가을 마무리훈련부터 1.5군 선수들에겐 강도 높은 훈련을 시켰지만, 고참 선수들에겐 자율을 허용했다. 김 감독은 "경험 많은 선수들이 해 줄 부분이 있다. 그들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되살아난 신바람 야구

프로야구 해설위원들은 올시즌 LG의 예상 성적을 최하위로 꼽는다. 검증되지 않은 선발 마운드에 검증되지 않은 포수들, 배터리의 부조화 때문이다. 그러나 LG는 시범경기에서 예상을 깨고 선전했다. 강속구 투수 리즈를 마무리투수로 돌린 가운데 1선발 주키치를 필두로 2년차 임찬규, 조인성의 보상선수로 영입함 임정우가 가능성을 보였다. 김광삼, 정재복, 이대진까지 선발 요원은 풍부하다. 포수도 베테랑 심광호가 안정된 리드 솜씨를 보였고, 유강남은 공격형 포수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김 감독은 "전술적으로는 수비와 주루가 상당히 좋아졌고, 무엇보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은 게 고무적"이라고 밝혔다. 전력은 최약체로 꼽히지만 선수단 분위기는 준우승을 했던 2002년을 능가한다. 오른손 정성훈을 새로운 4번 타자로 낙점했고, 박용택은 톱타자로 복귀해 없는 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시키는 데 주안점을 뒀다.

김 감독은 "4월 한 달 정도만 해 보면 우리 팀의 올해 전망이 나오지 않겠나. 9년째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올시즌이 끝난 뒤를 지켜봐 달라"고 자신했다.

성환희기자 h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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