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아들' 이종범(42ㆍKIA)의 돌연 은퇴선언으로 개막 72시간을 앞둔 프로야구계가 뒤숭숭하다. 이종범은 한국 프로야구를 대표하는 호타준족의 아이콘으로 팬들의 뇌리에 깊이 각인돼 있다. 소속팀이 우승을 차지할 때나 한국 야구가 세계정상에 우뚝 섰을 때 그는 늘 중심에 서 있었다. 올해로 데뷔 19년 산전수전 다 겪은 탓에 이종범의 머리에도 어느덧 서리가 내렸고 현역 최고령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그는 은퇴라는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고 그라운드에 서면 예의 바람을 일으키며 1루를 향해 질주했다. 송진우의 역대 최고령 기록(44세) 경신도 시간문제로 보였다. 그러나 이종범은 이 모든 것을 뒤로하고 '자의반 타의반' 유니폼을 벗게 됐다.
이에 반해 태평양 건너 미국에선 50세 투수가 80년만에 메이저리그 신기록 경신을 앞두고 있어 대조을 이룬다. 주인공은 제이미 모이어(1962년 11월18일생ㆍ콜로라도 로키츠). 콜로라도의 짐 트레이시(57) 감독은 모이어를 제2 선발투수로 확정, 8일(한국시간) 휴스턴과의 원정경기에 등판시킬 예정이다. 모이어가 승리를 굳히면 1932년 잭퀸의 만49세 2개월을 뛰어넘어 만49세 4개월 승리투수란 대기록을 쓰게 된다.
1986년 시카고 컵스를 통해 데뷔한 모이어는 통산 267승 204패 평균자책점 4.24를 기록 중이다. 267승은 현역선수 중 최다이고 역대 다승 36위에 해당한다. 그는 특히 40대 들어 116승을 따냈다. 자신의 최다승(21승)도 41세에 거뒀다. 모이는 또 만47세 170일의 나이로 완봉승을 따내 역대 최고령에 이름을 새겼다.
모이어는 사실 이번 시즌 선발진 합류는커녕 잘해야 마이너리그행이 유력했다. 스프링 캠프에서도 초청선수로 부름을 받았을 뿐이다. 그는 2010년 7월20일 세인트루이스와의 경기 도중 팔 부상으로 마운드를 내려와 인대 접합수술을 받았다. 따라서 지난 시즌에는 단 한차례도 볼을 던지지 못했다. 콜로라도는 시험 삼아 그에게 기회를 줬고 모이어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모이어는 시범경기에서 5차례 등판, 18이닝 동안 2승1패, 방어율 2.50을 기록해 프런트의 신뢰를 얻었다.
모이어의 구속은 시속 132㎞ 정도에 그친다. 하지만 완급을 조절해 던지는 변화구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연신 헛돈다. 25년이 넘는 경험과 관록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시범경기 마지막 날 5이닝 동안 109개의 볼을 던진 모이어는"감독이 그만할 때까지 볼을 던질 수 있다"며 철완을 과시했다.
한편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에 따르면 올 시즌 메이저리그에서 40세를 넘긴 선수는 모이어와 뉴욕 양키스의 철벽 마무리 마리아노 리베라(43)를 포함해 총 10명이다. 한국 프로야구는 최동수와 류택현(이상 LG), 박경완(SK) 3명이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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