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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보는 우리 사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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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으로 보는 우리 사는 세상

입력
2012.04.03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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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무형문화재 제27호 승무 예능보유자 이애주씨는 "춤이란 사회ㆍ경제와 맞물리는 예술 양식"이라고 말한다. 1일 리을무용단이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한 '살(煞)'은 승자 독식의 사회에서 탈락한 사람들의 야윈 꿈을 그려, 이씨의 명제에 살을 보탰다. 인간 간의 관계에 렌즈를 들이대 춤의 사회성을 깨우쳐줄 30분 안팎의 무대가 잇닿는다.

신진 안무가들이 서울 신촌의 포스트극장에서 꿈을 펼치는 '드림 앤 비전 댄스 페스티벌 2012'는 이 시대 무용의 의미를 파고 든다. 예술기획 이오공감이 기획한 압축적 무대가 주는 이미지와 여운은 장편 무대보다 강렬하다.

"길거리 즉흥 공연 등 일반과의 교감을 위해 벌인 작업이 큰 영감을 주었다. 일상의 움직임들을 중심으로 해, 무용의 기본은 어디에 있나를 고민한 결과다." 4, 5일 공연되는 'The Bridge'를 연출한 진향래는 외모에 집착하는 28세 여성, 가족 부양의 책임을 진 37세 남자 등 이 시대 보통 사람을 주인공으로 한 이 무대의 현실성에 대해 말했다. 함께 공연될 작품은 10대부터 전문 댄서의 꿈을 안고 함께 지내온 다섯 남자를 그린 양호식의 'Man_Boy', 성장 과정의 청소년들이 겪는 시행 착오를 그린 오혜미의 '뻐끔 뻐끔'이다.

올해 13번째를 맞는 이 무대는 젊은 무용가들의 자의식이 참신한 무용 어법을 빌려 발언의 기회를 갖는 자리다. 수감자들을 샅샅이 감시할 수 있는 감옥으로 이 사회를 환유해 인간의 지배와 피지배 관계를 생각하게 하는 백진주의 '파놉티콘3rd', 가식으로 얽힌 현대의 인간 관계를 그린 전효인의 '척', 정안수를 모티브로 간절한 발원의 모습을 그린 박한울의 '순환수'는 7, 8일의 무대를 채운다. 이어 10, 11일 공연되는 최명현의 '그들이 사는 세상', 조주연의 '오해 삽니다', 장혜림의 '어린 독백'도 소통 부재 등의 무대를 통해 젊은 안무가들의 현실 인식을 비춰 보인다. (02)704-6420

한국현대춤협회가 아르코예술극장에 마련한 '2012 현대춤 작가 12인전'은 장르의 구분이 없다. 1987년 시작해 올해 26회를 맞기까지 장르 구분 없이 자기 세계를 구축한 무용가들이 한국 춤의 현재성이라는 문제에 대해 내놓은 답이다. 지금까지 125명의 작가들에게 초연 무대를 제공해 온 자리이기도 하다.

유지연이 안무한 'Credo(나는 믿습니다)'는 자아를 찾기까지의 여정을 작곡가 아보 패르트의 음악에 얹어 발레 양식으로 그려낸다(10, 11일). 이어 공연되는 이미영의 '부용꽃 스물일곱송이'는 결혼의 억압적 속성을 라이브 반주 음악에 맞춰 그려낸다. 이씨는 "재일교포 박순아의 25현 가야금 연주를 보고 감동해 구상한 작품"이라며 "강릉의 허난설헌 생가에 가서 직접 찍은 사진들을 영상으로 사용한다"고 말했다(12, 13일).

14, 15일의 '움, 두즈믄열둘'은 승무 이수자 장유정 계명대 교수의 춤사위가 전통과의 맥을 이야기한다. 구상 시인의 '우음 2장'에서 착안한 이윤경의 '홀로 아리랑Ⅶ - 꽃자리' 등에서도 과거와 현대를 오가는 문제 의식이 확인된다. (02)2220-1338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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