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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과학기술을 탐하다' 펴낸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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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 과학기술을 탐하다' 펴낸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

입력
2012.04.03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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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와 제임스 카메론의 성공 비결로 흔히 인문학적 사고, 예술적 감각, 과학적 지식을 꼽는다. 21세기에는 다양한 분야를 아우른 통합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말이다. 백 번 맞는 말이지만, 이 말을 실천하는 국내 지식인은 여전히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다.

신간 <인문학자, 과학기술을 탐하다> (고즈윈 발행)는 국내외 인문학자 24명의 과학기술 체험기를 담은 책이다. 사회 각 분야 간 융합 흐름을 소개한 <지식의 대융합> (2008), 과학자들의 인문학에 대한 생각을 담은 <기술의 대융합> (2010)에 이은 3부작 마지막 권이다.

이 책을 기획하고 묶은 이인식 지식융합연구소장은 "통합이 각 분야의 원래 형태를 잃어버린 혼합이라면, 융합은 그 형태가 계속 남아있는 혼합"이라고 소개했다. "잡스 어록 중에 '나는 인문학과 과학의 교차로가 되고 싶다(I want Polaroid to stand at the intersection of art and science.)'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말로 '인문학과 과학'으로 번역됐지만, 사실 문법, 수사학, 논리학, 천문학, 기하학, 음악, 자연과학 등 7개 분야를 뜻하는 광범위한 뜻이지요. 이들 분야를 융합시켜 산업으로 만드는 과정을 물어봐도 국내에 아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 단초를 찾으려고 책을 기획했습니다."

학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이뤄낸 이종 분야 간 융합을 이야기한다. 석영중 고려대 노어노문과 교수는 뇌과학에 관심을 갖고 문학과 뇌의 관계를 탐구하고, 송경보 뿌브아르경제연구소 소장은 경제학과 심리학, 의학을 통합한 행동경제학을 연구하고 있다. 송종국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원장은 2003년부터 시작된 국내 인문, 기술융합의 정부 정책 과정을 소개한다.

책은 각 분야 융합 현상을 소개하며 이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함께 묶었다. 박이문 포항공대 명예교수는 '근래 한국에서 많은 이들이 외치는 학문의 통합, 인문학과 과학의 융합이라는 구호의 밑바닥에는 (…) 상업적 성공에 대한 탐욕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려를 표한다.

이 소장은 "융합에도 여러 갈래가 있다"고 말했다. 융합 주체에 따라 지식융합(학교), 기술융합(연구소), 산업융합(기업)으로 나뉘고 융합 범주에 따라 인문학+과학기술, 예술+과학기술, 과학기술+과학기술로 나뉜다. 기술융합과 산업융합은 국내에서도 발 빠르게 대응해 영미, 유럽권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진전을 이뤘지만 학제 간 연구인 지식융합은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것이 이 소장의 결론이다. 그는 "과학과 인문학이 서로 다른 분야라고 생각하는 것은 과학을 자연과학으로 좁혀서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과학 역시 사람의 몸과 마음을 다룬다는 점에서 과학에도 인문학적 사고가 필요하고 인문학에도 과학적 지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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