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의 긍정적 변화에 공연예술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진실을 탐구하고 이를 무대에 구현한다면 고착화된 세상의 시각을 조금은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이 같은 예술가의 고민이 담긴 독특한 색채의 두 작품이 한국 관객을 찾는다. 메시지가 있는 신체극을 표방하는 영국의 현대무용 단체 디브이에잇(DV8)의 신작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Can we talk about this)'가 6~8일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 또 시리아의 젊은 연출가 오마르 아부 사다가 시리아 내전의 경험을 소재로 삼은 연극 '카메라를 봐 주시겠습니까'가 17~29일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 무대에 오른다.
두 공연은 실제 인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했고, 민감한 사회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여러모로 공통점이 많다.
다종교 사회에서 표현의 자유란
누군가에게 쫓기기라도 하듯 세트의 한쪽 벽에 몸을 바짝 붙인 채 등장한 무용수가 관객에게 묻는다. "자신이 탈레반보다 도덕적으로 더 우월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손을 들어주십시오." 시작부터 도발적인 '캔 위 토크 어바웃 디스'는 관객을 끊임없이 사유하게 하는 공연이다.
호주 출신의 안무가 로이드 뉴슨이 1986년 창단한 DV8은 Dance and Video 8(춤과 8㎜비디오)' 또는 '디비에이트(deviateㆍ일탈하다)'로 풀이되는 명칭에 걸맞게 파격과 일탈의 혁신적인 공연을 선보여 왔다. 한국 관객과는 2005년에 허위와 가식으로 포장된 현대 사회를 조롱한 '저스트 포 쇼(Just for show)'라는 작품으로 한 차례 만난 적이 있다.
이 단체가 이번 공연에서 꺼내든 것은 다문화, 다종교 사회에서 자유와 관용, 종교적 신성함이란 명분 아래 무시돼 온 표현의 자유에 대한 문제 제기다. 예컨대 영국이 무슬림 사회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무슬림 여성에게 여느 여성이 누리는 권리를 똑같이 부여하지 않고, 또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게 과연 표현의 자유인가를 묻는 것이다.
공연은 이 같은 주제를 명확히 하기 위해 극단적인 몇 가지 사건을 언급한다. 소설 <악마의 시> 를 집필해 이슬람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암살 현상금이 걸렸던 영국 작가 살만 루시디, 무슬림 여성의 인권 유린 실상을 밝힌 단편영화를 제작한 네덜란드의 테오 반 고흐 감독 살해 사건 등이다. 악마의>
뉴슨은 특히 해당 사건 관련 인물 등 40명 이상을 인터뷰해 이들의 말을 대사로 인용했다. 여기에 무용수들은 마치 사회의 꼭두각시로 조종되는 듯 눕고 거꾸로 서고 팔과 다리를 올리는 단순한 동작들을 반복하면서 무용과 연극의 경계를 허무는 무대를 완성한다.
공연 마지막 날인 8일에는 뉴슨의 예술관과 세계관을 들어볼 수 있는 로이드 뉴슨과 관객과의 대화 자리가 마련된다. (02)2005-0114
시리아의 참상을 아십니까
'카메라를 봐 주시겠습니까'는 내전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시리아의 배우와 창작진이 친구와 이웃이 쓰러져 나가는 전쟁과 일상을 넘나드는 그들의 고민을 한국 관객에게 전하는 공연이다.
시위 중 불법억류를 당한 이들의 증언을 담은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아마추어 영화감독 노라를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억류 당한 사람들의 실제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이 작품을 통해 연출가는 증언을 어떻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다큐멘터리로 완성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노라의 모습과, 같은 고민을 하는 자신의 생각까지 모두 녹이고자 했다.
연출가 아부 사다는 "독재정권 하에서 자유를 찾는 여정 속에 있는 시리아 사회가 겪고 있는 사회적이고 인간적인 변화를 알리고 싶다. 이러한 시도에 한국 대중과 함께하는 게 나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제다원예술축제 페스티벌 봄과 두산아트센터가 공동 기획했다. (02)708-5001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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