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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이 아닌 3800명 작품" SKT 비전, 직원이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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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명이 아닌 3800명 작품" SKT 비전, 직원이 만들어

입력
2012.04.02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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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여서 함께 얘기해 봅시다."

지난해 10월 초, 3,800여명의 SK텔레콤 직원들은 하성민 사장으로부터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회사 비전과 슬로건을 같이 만들자는 내용이었다.

지금까지 회사 비전은 임원진이나 경영전략실 같은 한정된 조직에서 만들어 아래로 전파하는 식이었다. 그런데 하 사장은 그 틀을 깨고 싶었다. "비전이란 직원들이 공유하며 믿고 따르지 않으면 의미가 없으니 당연히 직원들 사이에서 나와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그래서 직원들이 모여 수시로 의견을 나눴고 여기서 공통점을 뽑아냈다.

지난달 말 SK텔레콤이 발표한 '새로운 가능성의 동반자'라는 비전은 이렇게 해서 탄생했다. 회사 관계자는 "보통 회사의 미래비전은 유명 컨설팅회사에 비싼 돈을 주고 용역을 맡겨 만든다"면서 "전 직원이 모여 장장 6주에 걸쳐 토의한 결과를 토대로 공통 의견을 산출해 만든 것은 아마도 우리나라 기업 사상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직원들의 첫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귀찮다" "요식행위 아닌가. 어차피 결국은 경영진이 만들 것" "회사가 생각이 없으니 직원들에게 묻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비전 태스크포스팀(TFT)이 구성되고 사내 전산망에 전용 게시판까지 개설되자 분위기는 바뀌었다. 우선 49개 조직이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각 지역별로 모여 하루씩 워크숍을 가졌다. 여기서 나온 의견들을 정리해서 구성원 대표와 임원진 등 총 140명이 다시 1박2일 2차 워크숍을 갔고, 공통된 의견들을 도출했다. 관심이 많았던 하 사장은 두 번의 워크숍에 모두 참석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결과는 예상 밖이었다. SK텔레콤이면 이동통신업계 최강이지만, 정작 미래에 대한 직원들의 불안이 매우 크다는 사실에 경영진도 깜짝 놀랐다는 후문이다. 지난해 SK텔레콤은 한편으론 콘텐츠 관련사업을 떼어내 SK플래닛으로 분사했고, 다른 한편으론 반도체업체인 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등 사업구조에 변동이 많았는데 직원들로선 이런 격변기에 회사의 미래와 정체성을 고민하는 게 당연했다. 홍승태 SK텔레콤 미래전략팀장은 "통신업을 기반으로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사업자가 되자는 것이 거의 전 직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며 "이렇게 해서 새로운 비전을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뜻밖의 의견도 많았다. 이익만 추구하는 대기업 이미지를 벗고 사랑 받고 존경 받는 회사가 돼보자는 의견들이 가장 많았다는 것. 홍 팀장은 "미래비전의 핵심테마인 '동반자'개념은 여기서 탄생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렇게 다듬어진 비전은 지난달 28일 SK텔레콤의 사내 방송을 통해 하 사장과 직원 대표들의 대담 형식으로 방송됐다. '새로운 비전에 내 의견이 들어 있다'는 생각에 어느 때보다 직원들 호응도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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