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을 타고 서울 명동상권이 부활하고 있다.
서울 강남 청담동과 논현동 등이 국내 최고의 해외 명품가로 자리잡았다면, 강북 전통의 명동상권은 최근 국내외 중저가 패션ㆍ뷰티 산업의 최대 전시장으로 거듭나면서 외국 관광객과 20ㆍ30대 '도시족' 들을 대거 끌어들이는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다. 명동 중심가에 국내외 브랜드들이 매장을 확대 하거나 신규 점포를 잇따라 개설하면서 건물 임대료는 물론 매매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지만 실제 매물은 찾아보기 어려운 상태이다.
명동관광특구 협의회 집계에 따르면 2011년 명동을 방문한 외국인 수는 665만 명으로, 국내를 찾은 전체 외국인 관광객 수의 68%에 달했다. 이들 중 드라마와 K 팝 아이돌 그룹 등을 통해 한국 대중문화를 접한 상당수 관광객들이 중저가 패션ㆍ뷰티 상품 매장이 집중된 명동을 찾으면서 명동 쇼핑타운이 서울의 손꼽히는 관광코스로 주목을 끌고 있다.
특히 지난해 150만명의 중국 관광객들이 명동을 찾아 1970~80대 대만대사관을 중심으로 차이나타운을 형성했던 과거 명동의 명성을 30여 년 만에 재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명동관광특구 협의회 관계자는 "명동을 찾는 중국 관광객은 1인당 구매력이 일본 관광객을 이미 따돌렸다"며 "올해 명동을 찾을 중국 관광객들은 더 늘어날 것"고 전망했다. 또 중저가 다국적 브랜드와 국내 신규 브랜드들의 입점이 이어지면서 20ㆍ30대 젊은 층이 대거 명동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명동 중앙로에 첫 매장을 연 일본의 제조ㆍ유통 직매형(SPA) 패션업체 유니클로의 경우, 1일 개장 첫날 매출이 20억원을 돌파했을 만큼 한국 젊은층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유니클로 중앙점은 전 세계 매장 중 최대 규모이다.
명동 상권 지형도도 변화하고 있다. 과거 은행과 제2금융권 업체들이 즐비했던 명동2가 길목 초입에는 자라와 H&M 등 세계적인 SPA 브랜드 등이 입점한 눈 스퀘어와 한일관 빌딩의 에잇세컨즈 2호점 등이 각각 문을 열면서 젊은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이 지역일대가 새로운 명동의 패션 중심가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명동의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원래 명동 2가는 전통적으로 은행이 많아 저녁때면 일대에 인적이 드물었다"며 "그러나 최근 잇따라 대형 브랜드 점들이 문을 열면서 명동의 새로운 중심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명동의 '새로운 눈'으로 떠오른 눈스퀘어는 최근 국민연금 공단이 인수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공단의 인수가격은 2,300억원대로, 이는 2007년 코람코 자산운용이 프라임 개발로부터 눈스퀘어를 인수할 당시 지불한 대금 1,700억원에다 리모델링 비용 354억 원을 합한 것보다 프리미엄이 300억 원 더 늘어난 금액이다.
대기업들과 다국적 브랜드들이 경쟁적으로 명동에 진출하면서 명동 상가들의 임대료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거래 매물은 좀처럼 찾기 힘든 상태이다. 유니클로 중앙점은 보증금 30억원에 임대료가 월 3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니클로 본사는 이 건물 매입을 희망했지만 건물주의 반대로 전세로 입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한일관 빌딩 3개 층을 쓰고 있는 에잇세컨즈도 보증금 100억원에 임대료 월 1억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일환 명동 성심 공인인중개사 이사는 "최근 명동의 1급 지는 실 거래 가격이 평당 6억~ 8억원을 웃돌고 월 임대료도 평당 3,000만~4,000만원에 이른다"며 "그럼에도 기업체들이 광고 효과를 노려 앞다퉈 안테나숍 개설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부동산컨설팅회사'쿠시먼 앤드 웨이크필드'가 2010년 6월부터 1년간 세계 63개국의 278개 주요 상업지역의 임대료 변화를 조사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 명동은 m²당 연평균 임대료가 726만 원으로 세계에서 9번째 비싼 상권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대성기자 lovelil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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