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총선이 8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서울 강남을 지역에 출마한 후보들은 우리 사회의 주요 쟁점들을 놓고 가장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다. 새누리당 김종훈 후보와 민주통합당 정동영 후보 사이엔 어느 지역보다 뚜렷한 전선이 형성돼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은 물론이고 사회 양극화, 비정규직, 경제민주화 등 사회적 현안에 대해 두 후보는 대척점에 서 있다.
이 곳은 지난 25년간 민주당 진영에서 단 한 명의 의원도 배출하지 못했던 새누리당의 텃밭이다. 하지만 두 후보가 벌이는 '가치 전쟁'은 어느 새 유권자들에게도 옮아가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선 세대 간 지지 정당이 확연히 갈렸고, 현장에서 만난 상당수 주민들도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4일 오전 7시50분 도곡역 3번 출구 앞. 빨간 점퍼를 입은 김 후보는 출근길 시민들과 부지런히 악수를 나눴다. 텃밭답게 악수를 거부하는 유권자는 거의 없었다. 혹시라도 지나쳐가는 유권자에겐 따라가서라도 손을 맞잡았다. 김 후보 측은 자가 운전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모든 출구에 선거운동원들을 배치해 '새누리당'을 최대한 노출시키려 애썼다.
비슷한 시각 삼성역 2번 출구. 정 후보는 홀로 출근길 시민들 사이를 바삐 뛰어다녔다. 악수는 물론이고 어깨를 감싸 안는 스킨십도 많았다. 젊은층에겐 "꼭 투표해달라"고 당부했고, 노인들에겐 악수 대신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정 후보 측은 민주당의 상징색인 노란색 대신 자체 디자인한 엠블럼을 적극 활용했다. 인물론으로 승부하겠다는 뜻이다.
김 후보에게 정 후보에 대해 묻자 "말은 잘 하지만 쉽게 바꾼다"고 공박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의장 시절 한미 FTA가 한미관계를 지탱할 기둥이라더니 지금 와선 잘못됐다고 한다"면서 "이러니 국민들이 기성 정치인들을 불신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김 후보를 "FTA 말고는 아는 게 없는 후보"라고 공격했다. 그는 "특히 재건축과 사교육 등 지역 현안을 제대로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3일에 방송될 TV토론을 보고 나면 새누리당 지지자들도 선택을 망설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두 후보간 지지율은 격차는 지난달 21~22일 여론조사(서울신문ㆍ여의도리서치) 당시 8.8%포인트(김 후보 43.9%, 정 후보 35.1%)였다가 지난달 31일~이달 1일 여론조사(공중파 방송 3사)에선 15.2%포인트(김 후보 46.2%, 정 후보 31.0%)로 벌어졌다. 대치동 부동산에서 일하는 정모(51)씨는 "이 곳에선 대체로 당을 보고 찍지 인물 보고 찍지는 않는다"면서 "민간인 사찰 얘기 나오면서 위기라고 느끼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 같더라"고 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다른 분위기도 느껴졌다. 수서동 명화복지원에서 만난 김모(80ㆍ여)씨는 "동네 분위기상 대놓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알아줄 것 같아 정 후보를 찍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재건축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개포동 주민 최모(55)씨도 "예전 같으면 물어볼 것도 없이 새누리당이었지만 요즘은 '투표일에 결정하겠다'고들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 빈촌인 구룡마을에서 20년째 거주하고 있는 김모(64)씨는 "우린 힘 없는 사람들이라 그간 집권당을 찍어왔는데 아무 변화 없이 사실상 방치돼 왔다"면서 "선거 때 찾아와서 한 약속에 대해 '나 몰라라' 하지 않을 사람을 찍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양정대기자 torch@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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