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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텍고 '비만관리 교실'/ "비만과의 즐거운 전쟁…우리는 학교에서 살 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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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디지텍고 '비만관리 교실'/ "비만과의 즐거운 전쟁…우리는 학교에서 살 뺐어요"

입력
2012.04.02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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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비만율 2008년 11.24%에서 2010년 14.25%, 고도비만율 2001년 0.74%, 2007년0.83%, 2010년 1.26%.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 깃든다지만 우리나라 청소년의 몸은'건강한 신체'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전국 743개 초중고생 18만1,000명을 대상으로 한 2011년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학생의 85.69%만이 정상 체중이었다. 비만율과 고도비만율은 매년 증가했다. 극심한 성적 스트레스로 책상에 앉아 생활하는 시간은 많아지고, 패스트푸드 위주의 식생활을 즐기면서 체격은 커졌지만 체력은 약해지고 비만학생은 늘고 있는 것. 청소년기 비만은 학교 내 집단 따돌림을 유발하고 성인병 등 질환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청소년 건강의 적신호인 비만과의 전쟁을 선포해 성공을 거둔 학교가 있다. 서울디지텍고등학교가 바로 그 주인공. 학교 측의 관심과 보건교사의 지속적 관리로 참가학생 22명 중 20명이 체중 감량에 성공했고 5㎏ 이상 감량한 학생도 7명이나 됐다. '2012 서울시교육청 보건교육 우수 사례'로 뽑힌 디지텍고의 비결을 알아본다.

참여할 마음부터 준비시켜라

'참여 학생 평균 3.5㎏ 감량(최대 24㎏ 감량), 비만도 6.7% 감소, 총 콜레스테롤 개선 50%(11명). ' 디지텍고가 2011년 5월부터 7개월만에 이뤄낸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하지만 출발은 쉽지 않았다. 지난해 4월 실시한 학생기초체력검사(PAPS) 결과 이 학교 학생의 중ㆍ고도 비만도는 16%로 서울 전체 고등학교 평균 15.1% 보다 높았다. 평소 학교 운동장이 협소해 학생들이 마음껏 뛰지 못하는 것을 안타까워했던 곽일천 교장은 이를 계기로 학생 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문서현 보건교사는 비만으로 분류된 학생들을 찾아 나섰다. 하지만 설득이 쉽지 않았다.

"비만 학생 대부분은 무기력증에 의욕저하 상태여서 참여를 독려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어요. 단순히 외형적으로 날씬해지는 것보다 자신의 몸을 아끼는 노력을 하는 것이 목표라는 점을 강조했어요."문 교사가 밝힌 설득방법이다.

그는 거부하는 학생들을 억지로 참여시키지 않았고 고민하는 학생은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줬다. 학생들의 의견을 최대한 존중한 끝에 22명이 참여하게 됐다.

'무조건 즐겁게' 스트레스 주지 않기

문 교사가 가장 중점을 둔 것은'즐겁게 즐기는 것'이었다. 그는 TV 비만탈출 프로그램에 단골로 등장하는 과격한 헬스트레이닝이나 무리한 다이어트식단을 요구하지 않았다. 스트레스가 될 뿐 아니라 쉽게 요요현상을 부르기 때문. 대신 '간식 칼로리 알기','나에게 맞는 하루 식단 짜기','정크푸드 관련 동영상 시청' 등 흥미를 느낄 만한 프로그램을 짰다. 이를 통해 비만의 심각성을 피부로 느낀 학생들은 자연스럽게 생활 습관을 바꿔나가기 시작했다. 짜거나 기름진 음식은 스스로 피하고 야채나 과일 위주로 섭취했다.

체육교사의 협조로 1주일에 두 차례 방과후 활동 시간을 활용한 스포츠 교실도 자극제가 됐다. 리듬댄스나 배드민턴, 줄넘기, 농구 등 종목을 다양화했고 학교 인근에 있는 남산 걷기 운동도 꾸준히 지도했다. 문 교사는 "운동이 생활화되면서 '1인 1운동하기' 성취율도 높아졌다"며 "살을 빼야 한다는 스트레스 부담을 최소화하고 즐기는 쪽으로 지도했기에 가능했다 "고 말했다.

비장의 무기 건강일기 쓰기

문 교사가 꼽은 비장의 무기는 건강일기. 학생들이 하루 식사량, 운동량, 몸무게 측정 결과 등을 정리하는 일기를 쓰도록 함으로써 학생들은 개인 목표 설정ㆍ확인이 가능했고 큰 동기부여가 됐다. 참여 학생들은 "일기를 쓰면서 하루하루 달라진 몸 상태나 습관을 눈으로 볼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또한 자기 건강관리 능력도 더불어 향상됐다.

교사에게는 중요한 참고자료가 됐다. 일기를 체크하면서 개선점을 기록하고 지속적으로 식습관이나 운동상태를 점검ㆍ격려했던 것. 문 교사는 "4월에 111.6㎏이었던 남학생이 24㎏를 감량할 수 있었던 것도, 간 기능 수치가 높게 나온 학생이 정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도 일기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비만관리 대상 확대하기로

하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이 모두 감량에 성공한 건 아니다. 2명의 학생은 오히려 체중이 늘었다. 문 교사는 "전공 특성 상 밤늦게까지 오래 컴퓨터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한 학생은 외부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아 체중조절이 어려웠다"며 "다행히 올해 다시 참여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체중감량에 성공한 학생들은 건강동아리 창립을 계획하고 있다.

디지텍고는 지난해 성공을 바탕으로 전교생 대상 비만관리를 실시한다. 방과후 학교, 창의적 체험활동, 개별 상담 등으로 3개 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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