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아프리카 말리의 군사쿠데타는 열흘 천하로 끝날 것인가.
지난달 22일 깜짝 쿠데타를 일으켜 국제사회에 충격을 준 말리의 군부 정권이 2일 헌법 복원을 전격 선언했다. 지도부 와해로 인한 권력 공백기를 틈타 투아레그족 반군의 무력 공세가 거세지자 정권 유지에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으로 보인다.
쿠데타의 주역인 아마두 하야 사노고(사진) 대위는 이날 "1992년 제정한 말리공화국의 헌법을 회복시키기로 결정했다"며 "공정한 선거를 치를 과도정부 구성에 동의하는 모든 정치 세력과 협상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쿠데타 무효화를 선언한 셈이다.
군부 세력의 입장 변화는 내ㆍ외부의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우선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투아레그 반군이 말리의 역사도시 팀북투를 장악한 것이 컸다. AFP통신은 이날 "'사막의 진주'라는 별칭으로 유명한 팀북투가 투아레그 반군단체 전국아자와드해방운동(NLMA)의 수중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팀북투는 서아프리카 교역ㆍ문화의 중심지로 중세시대에 크게 번성했으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유서깊은 도시다. 투아레그 반군은 쿠데타 발생 이후 키달과 가오 등 북부의 군사요충지를 파죽지세로 점령하며 군부 정권을 압박했다.
AP통신은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가 1일 자정까지 헌정질서를 복구하지 않을 경우 국경봉쇄와 금융제재를 가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것도 쿠데타 포기에 영향을 미쳤다"고 풀이했다.
사노고 대위는 그러나 협상 과정에서 쿠데타 세력이 어떤 역할을 할지, 선거가 언제 실시될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또 쿠데타로 축출된 아마두 투마니 투레 대통령의 행방도 오리무중이어서 말리 정국이 안정을 찾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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