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 달라스 수니아스(28)의 고집이 현대캐피탈을 일으켜 세웠다.
수니아스는 지난달 31일 대한항공과 플레이오프(PO) 1차전에서 3세트 도중 공격을 하고 내려오다가 발을 헛디뎌 허리에 통증을 느꼈다. 수니아스가 정상적으로 뛰지 못하자 현대캐피탈은 2-0으로 앞서가다 역전패를 헌납했다. 골반 근육통 진단을 받아 2차전 출전도 불투명했다. PO 2차전 워밍업 때까지 공을 가지고 하는 훈련을 전혀 하지 못했다.
2차전에서 패하면 시즌을 마감해야 하는 벼랑 끝이라 수니아스는 통증 완화 주사를 맞을 만도 했다. 또 PO의 활약에 재계약 여부도 달려있었다. 하지만 의학의 힘을 빌리지 않고 정신력으로 버텼다. 김병관 현대캐피탈 단장은 "수니아스는 약을 먹거나 주사를 맞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고 말했다. 시즌 막바지에 장염과 근육통 등으로 어려움을 겪은 수니아스는 현대캐피탈의 운명이 달린 경기에서 투혼을 발휘하며 선수들을 의기투합하게 만들었다.
수니아스는 2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NH농협 2011~12 프로배구 PO 2차전에서 블로킹 2개를 포함한 16점을 올리면서 대한항공을 3-0(25-21 25-20 25-23)으로 제압하는데 앞장섰다. 문성민도 19점의 활약으로 승리에 힘을 보탰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1승1패의 균형을 맞춘 현대캐피탈은 4일 오후 7시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리는 PO 3차전에서 챔피언 결정전 티켓을 놓고 대한항공과 마지막 승부를 벌이게 됐다.
무릎부터 발목까지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선 수니아스는 1세트부터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쳐나갔다. 공격 빈도는 많지 않았지만 공격성공률 80%로 4점을 수확하며 기선 제압에 기여했다. 2세트부터는 본격적으로 해결사 역할을 해냈다. 블로킹 1개를 묶어 6점을 올리면서 대한항공의 추격을 뿌리쳤다. 17-18로 뒤졌던 현대캐피탈은 연속 5점을 따냈다. 특히 수니아스는 20-18에서 마틴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잡아내며 결정적인 득점을 기록했다. 3세트에서 공격 점유율을 더욱 높인 수니아스는 고비마다 6점을 뽑아내며 완승을 주도했다.
하종화 현대캐피탈 감독은 "수니아스가 오늘 같이만 해주면 3차전도 자신 있다. 평소의 80% 힘으로 강약 조절을 했는데 정말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칭찬했다. 수니아스는 "1차전이 끝난 뒤 치료에 집중했는데 많이 좋아졌다. 체력이 떨어졌지만 100% 힘을 다하려고 노력했다. 경기 중에 통증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밝게 웃었다.
천안=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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