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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 전자세상'에 고객님을 모십니다

입력
2012.04.02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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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5.8%가 94.2%를 따라갈 거라고 말한다.'

삼성전자가 지난 1월말부터 방영한 스마트폰 '갤럭시 노트'의 왼손잡이편 광고문구다. 터치가 아닌 펜으로 입력하는 게 특징인 만큼 펜의 기울기를 인식해 왼손으로 글씨를 썼을 때도 자연스럽게 글씨를 표현해주는 입력 기능을 추가한 것. 삼성전자 관계자는 "기능 자체 보다 왼손잡이를 배려해 만들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사실 왼손잡이들은 서럽다. 세상 자체가 오른손 잡이 위주로 되어 있다. 서양은 왼손잡이가 많아 관련제품들도 많이 나오지만 우리나라는 20명중에 1명(5.8%)정도이다 보니 거의 모든 제품들이 오른손을 쓰는 이용자들을 전제해 만들어져 있다. 가위 같은 오래된 제품은 그렇다 쳐도 최신 첨단제품까지 그렇다는 건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배려'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사실 무심코 써서 그렇지, 자세히 보면 거의 모든 제품들이 오른손 잡이를 위해 만들어졌다. 카메라의 셔터는 보통 우측 상단에 부착되어 있는데, 이는 오른손으로 쥔 채 셔터를 누르기 편하도록 설계된 것. 핸디캠(손에 들고 다니는 캠코더)도 액정이 왼쪽으로 열리는 방식이 많아 왼손잡이가 사용하기엔 영 불편하다. TV와 모니터, 노트북의 전원 버튼도 모두 오른쪽에 위치해 있다. 온라인 게임을 할 때도 주요 기능 버튼은 오른쪽에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왼손잡이들을 위한 전자제품들도 조금씩 출시되고 있다. 기업간 제품경쟁이 기술을 넘어 소비자 만족 단계로 접어들면서, 소수자에 대한 관심의 눈을 뜨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해 3월 본체를 어느 손으로 쥐어도 편하고, 180도 회전시켜도 내장된 센서가 작동하는 캠코더(HMX-Q10)를 내놓았고, 이 제품에 대한 반응이 좋자 최근 기능과 성능을 보강한 신제품(HMX-QF20)을 출시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 제품은 왼손잡이가 많은 유럽과 미국 소비자들의 요구에 따라 기획부터 왼손잡이를 고려해 제작됐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의류 관리기 '트롬 스타일러'의 왼손잡이용 모델을 별도로 구비했다.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당겨도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 왼손잡이 고객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NHN 한게임이 지난해 10월 중순 내놓은 스마트폰용 야구게임 '런앤히트'도 왼손잡이, 오른손잡이 환경설정을 통해 스윙, 번트 등 사용자의 핵심 타격 버튼을 좌우로 변경해주는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왼손잡이 게이머를 위한 마우스도 있다. G마켓은 게임용 마우스, 키보드 판매업체 레이저의 데쓰애더 왼손잡이 에디션을 판매중이다.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누르는 버튼을 마우스 오른쪽 편으로 디자인을 바꾸는 등 왼손에 적합하도록 설계한 것.

비데 제품의 대부분은 조작부가 오른쪽에 위치해 있어 왼손잡이들은 몸을 비틀어야 했다. 이를 감안해 웅진코웨이는 2006년부터 조작부를 탈부착이 가능하도록 제작해 좌우, 벽면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한 룰루 비데 'BA08-AR/AE'를 내놓아 현재까지 16만대를 팔았다. 전체 판매량의 6%인데, 이는 우리나라 왼손잡이 비율과 비슷한 수준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외국에선 오래 전부터 왼손잡이 뿐 아니라 다양한 소수자를 배려해 제품을 만들어왔다"면서 "국내기업에선 이런 부분에 대한 관심이 이제 막 눈을 뜨는 단계"라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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