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새 시대가 시작될 것입니다."
2일 미얀마 양곤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당사에 아웅산 수치(66) 여사가 나타났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그는 전날 실시된 보궐선거의 승리를 선언하며 "우리의 승리일 뿐 아니라 정치적 진보에 참여키로 결단한 민중의 승리"라고 말했다.
미얀마의 '새 시대'에 국제사회도 화답하고 나섰다. 먼저 유럽연합(EU)이 제재 해제를 시사했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대표는 2일 대변인을 통해 "선거 후 진행 상황을 봐야 하지만 (제재 해제와 관련해) 긍정적인 신호가 있다"고 밝혔다. 만모한 싱 인도 총리는 내달 인도 총리로는 25년 만에 미얀마를 방문하기로 했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은 "처음으로 선거에 참여한 국민에게 축하를 전한다"며 "버마(미얀마) 국민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지만 가장 압제적인 국가도 개혁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줬다"고 말했다.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외무장관들은 2일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회의를 열고 회원국인 미얀마의 선거가 질서 있게 치러진 것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NLD는 압도적인 승리를 예상하고 있다. 1988년 민주화 운동에 나선 후 처음으로 출마한 수치도 옛 수도 양곤의 빈민촌 카우무에서 당선될 것이 확실시된다. 키 토 NLD 대변인은 "자체 집계 결과 최소 43곳에서 승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AFP통신에 말했다. NLD는 보궐선거가 치러진 45곳 중 44곳에 후보를 냈다.
NLD는 집권당의 거점인 수도 네피도의 지역구 4곳에서도 승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피도의 지역구에는 테인 세인이 지난해 대통령으로 선출되면서 공석이 된 곳도 포함돼 있다. 2005년 수도가 된 네피도는 공무원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NLD가 이곳에서 승리하면 정권 내부도 변화를 바라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NLD의 승리는 수치의 말대로 '시작'에 의미가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집권 통합단결발전당(USDP)이 의회의 80%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 큰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군사정권의 압제에서 벗어나 민주사회로 가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2015년 선거에서 NLD가 승리해 수치가 대통령이 될 수 있는 길을 닦았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과 유럽연합(EU)이 공정선거가 미얀마 경제제재를 푸는 결정적 조건이라고 밝혀왔기 때문에 이제 시선은 공식 선거 결과 발표에 쏠리고 있다. 미얀마 정부는 주말쯤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우나 마웅 르윈 미얀마 외무장관은 "선거가 질서 있고 순조롭게 진행됐으며 투표율도 높았다"고 말했다. 반면 우 니얌 윈 NLD 선거대책위원장은 "1일에만 50건의 부정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EU 참관단의 관계자는 "직접 방문한 투표소 10여곳에서는 고무적인 신호가 있었다"면서도 "다른 곳에서 투표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선거 전체의 신뢰도를 말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류호성기자 r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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