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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부른 가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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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부른 가난

입력
2012.04.02 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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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교복을 사주지 않는 것을 비관한 파키스탄 10대 소년이 스스로 몸에 불을 붙여 목숨을 끊었다.

2일 AP 통신 등에 따르면 키베르 파크툰와주 샤브카다르 마을에 사는 캄란 칸(13)은 지난달 25일 집 밖에서 온 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했다. 65%의 화상을 입은 그는 인근 펀자브 지방의 군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5,500달러(600만원)의 병원비가 없어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31일 결국 숨졌다.

칸의 집은 먹을 것이 없을 정도로 가난했다. 아버지는 네달 전 친척에게서 빌린 돈으로 취업비자를 발급받아 사우디아라비아로 떠났으나 직장을 구하지 못했다. 가정부로 일하는 어머니 수입에 의지해 다섯 남매가 생활해야 했던 칸의 집은 한 달에 2달러인 공립학교 수업료도 낼 형편이 못됐다. 하지만 칸은 마을에서 폐품을 모아 살림을 돕던 착한 아이였다. 이 사정을 알게 된 한 사립학교는 칸에게 무료로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줬다.

그러나 이것이 문제였다. 학교에 가게 된 칸은 부모에게 교복을 사달라고 했다. 계속되는 요구에 미안해하던 어머니는 결국 화를 내며 칸을 때렸고, 울분을 참지 못한 칸은 분신했다.

AP 통신은 이 사건이 제대로 된 교육도 못 받은 채 가난이 대물림 되는 파키스탄 빈곤층의 불행한 삶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세계은행과 파키스탄 정부에 따르면 파키스탄 인구 1억 7,000만명의 60%인 1억여명은 하루 2달러 미만으로 생활한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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