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워싱턴포스트가 주말판 고정란인 '5가지 신화'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다뤘다. 마틴 인다이크 부소장, 케네스 리버탈 중국센터 소장, 마이클 오핸론 선임연구원 등 브루킹스연구소 인사 3명은 함께 쓴 '오바마의 외교정책에 관한 5가지 신화'에서 오바마 외교 4년을 실용주의가 승리한 시기로 규정했다. 그가 선거 유세 때 이상적인 외교정책을 약속했지만, 취임 이후 실용주의가 우선시되면서 어쩔 수 없이 현실주의자가 됐다는 게 이들의 총론이다.
이런 점에서 잘못 알려진 오바마의 5가지 외교정책 중 첫번째 신화로 '배후에서 리드하기'외교가 거론됐다. 주간지 뉴요커가 리비아 사태에 대한 백악관 보좌진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유명해진 이 말은 오바마의 새 외교정책을 뜻하는 용어로까지 자리잡았다. 하지만 이는 리비아처럼 미국 이해가 부차적이고, 이집트 혁명처럼 미국 역할이 크지 않을 때 가능한 외교라는 게 이들 3인의 지적이다. 이들은 오바마가 미국 핵심 안보이익이 위태로울 때는 결단을 내려 배후가 아닌 전면에서 리드했다고 평가했다. 알 카에다와의 전쟁, 아시아 중시정책은 미국이 전면에서 리드한 외교의 대표적 사례다.
두번째 잘못된 신화는 오바마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정반대라는 것이다. 오바마는 부시의 일방주의 외교를 비판은 했어도, 정책에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정권이 교체됐는데도 부시가 임명한 국방장관이 역사상 처음으로 유임됐고, 이라크 철군은 취임 3년 뒤에 이뤄졌으며, 이란과 북한에는 부시 정책의 연장선에서 제재가 강화됐다. 중국과 인도에는 부시 때의 개입정책이 유지됐다. 오바마는 2002년 부시가 발표한 '자유의제'를 비판했지만 결국은 아랍권의 자유선거를 강력 지지했다.
오바마가 무슬림 세계에서 미국의 위상을 높였다는 평가도 잘못된 신화다. 2009년 6월 이집트 카이로 연설, 이스라엘 정착촌 건설의 동결 압박에서 보듯 오바마가 부시보다 이슬람권에 더 다가가려 노력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쿠바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 유보, 알카에다에 대한 무인기 공격 등으로 미국 위상이 부시 때보다 나아지지 않았다고 이들은 말했다.
나머지 두 신화는 공화당이 오바마를 비난할 때 으레 등장하는 것인데, 하나는 오바마가 과거 미국정책을 사과했다는 혐의다. 그러나 오바마가 부시 정책을 비난한 것은 사과가 아니라 실수를 인정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판단이다. 마지막 신화는 오바마가 이란의 핵무장을 방관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 역시 오바마가 국제사회 연대를 통해 이란을 압박하고, 핵야망을 포기하지 않으면 무력으로 핵시설을 파괴할 것이란 경고를 간과한 것이라고 브루킹스 연구원들은 강조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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