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신문 연재소설은 1896년 한성신보에 실린 <신진사문답기(申進士問答記)> 이지만, 문학사적으로는 1906년 만세보에 50회 연재된 이인직의 <혈의 누> 가 보다 중요하게 평가된다. 청일전쟁의 전화(戰禍) 속에서 일곱 살에 부모와 헤어져 홀로 된 후 일본과 미국을 전전하며 성장하는 여주인공 '옥련'의 일대기를 그렸다. 신소설의 효시로 꼽히는 이 작품 이후 각 신문엔 계몽성과 대중성을 갖춘 연재소설이 앞다퉈 등장했다. 혈의> 신진사문답기(申進士問答記)>
■ <한국 신문연재소설의 사적 연구> (한원영)에 따르면 연재소설들은 대중적이면서도 당대의 시대상과 지적 경향을 다채롭게 반영했다. 1920년대에 이미 한국 문학의 높은 성취로 꼽히는 홍명희의 <임꺽정> 과 이광수의 <흙> , 심훈의 <상록수> 가 선을 보였다. 전후 혼란 속에서 서울신문에 연재된 정비석의 세태소설 <자유부인> 은 공전의 인기를 모아 우리 출판 사상 처음으로 단행본 판매부수 10만부를 돌파하는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했다. 자유부인> 상록수> 흙> 임꺽정> 한국>
■ 70년대엔 새로운 감각과 어법을 갖춘 걸출한 작가들이 등장해 소설문학의 전성기를 일구기도 했다.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 , 조해일의 <겨울여자> 같은 인기작이 등장한 것도 이때다. 한편 당시 통속ㆍ세태소설의 범람 속에서 한국일보는 서른두 살의 신예 황석영을 전격 기용해 우리 문학의 지평을 한 차원 넓힌 걸작을 쏘아 올리는데, 그게 바로 대하소설 <장길산> 이다. <홍길동전> 과 <임꺽정> 을 잇는 의적소설이지만,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민중의 장엄한 혼을 형상화했다는 평을 얻었다. 임꺽정> 홍길동전> 장길산> 겨울여자> 별들의>
■ 장기영(1916~1977) 한국일보 창간 사주가 선불 자료비로만 집 한 채 값을 주며 전폭적 후원을 아끼지 않았다는 <장길산> 의 성공 이후, 그는 역사의 전면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방북과 망명, 오랜 수감생활에도 녹슬지 않은 솜씨로 <오래된 정원> 같은 수작을 엮어 내기도 했다. 올해 등단 50년인 그가 2일 한국일보에 <여울물 소리> 라는 새 장편 연재를 시작했다. 폭풍우 같은 서사와 시처럼 가슴 저미는 문장을 보여줄 거장(巨匠)과의 재회를 독자들과 함께 기뻐한다. 여울물> 오래된> 장길산>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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