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의 수사방식을 놓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특별검사제 도입을, 민주통합당은 특별수사본부 설치를 주장하며 맞서고 있다. 권위주의정권 해체 이후 초유의 권력남용사건으로 국민이 공분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의 정쟁이 자칫 사안의 본질을 희석시키지나 않을까 우려된다. 지금 필요한 것은 한 점 숨김없는 진상 규명이며, 수사방식 또한 이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만 고려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특검제가 상대적으로 적절한 방안이라고 판단한다. 어느 정치세력의 주장이냐는 건 의미도 없고 관심 둘 바도 아니다. 불법사찰은 청와대, 총리실, 정부부처까지 개입한 정황이 있는 권력형 비리사건이다. 더욱이 2년 전 수사과정에서 은폐와 증거 인멸에 검찰이 일정 부분 관여한 흔적도 있다. 당연히 수사주체 선정의 제1 고려요소는 권력 및 검찰조직과의 독립 여부다.
특검은 국회입법을 통해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대한변협의 복수 추천자 중에서 선임하게 되므로 대통령 의중이 반영될 여지는 매우 제한적이며, 수사과정에서 검찰의 조직논리에 휘둘릴 개연성도 적다. 반면, 통례상 현직 고검장이 본부장을 맡는 특별수사본부는 상대적으로 권력과 검찰조직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현 법무부장관부터 현직 검찰간부들의 관련 여부까지 수사대상인 점을 감안하면 특수본 주장은 더욱 납득하기 어렵다.
특검 구성까지 시일이 걸린다는 것이 특수본 주장의 이유지만 어차피 특수본도 임박한 총선 전 결론은 불가능하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관련자를 처벌하는 게 중요하다. 현재 수사 중인 검찰도 특검 구성을 의식해 최대한 그 전까지 성과를 내야 하므로 특수본 설치의 현실적 효과와 크게 다를 게 없는 데다, 이미 의혹이 최대치로 커져 있는 만큼 야당 입장에선 총선에서 추가로 기대할 정치적 이득도 생각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이 사건은 민주국가의 정체성을 허문 중대한 국기문란사건이다. 눈 앞의 정치적 손익 계산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명명백백한 진실 규명과 관련자 엄중처벌을 통해 국기를 바로 세우고 이후의 경계를 삼는 것이 이 사건을 다루는 단 하나의 고려사안임을 거듭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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