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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두 개의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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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은영의 詩로 여는 아침] 두 개의 4월

입력
2012.04.02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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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4월에 학교에 들어갔다

4월에 무슨 꽃이 피는지 나는 모른다

나는 4월에 학교에 들어갔다

신주머니에 이름표를 달고

나는 4월에 여자와 헤어지지 못했다

4월에 무슨 꽃이 피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4월은 비가 많이 왔다

우리는 밤마다 차를 마셨다

4월에 납치범은 전봇대 그늘에서 웃고 있었다

4월에 욧잇은 차고 축축했다

아우어바흐는 <미메시스> 라는 책에서 호메로스가 그린 그리스의 영웅들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매일 아침이 마치 그들 삶의 첫 날인 듯 일어나는 이들". 흔히 하는 말로 '자고 나면 새 마음'인 축복받은 이들. 그러면 얼마나 좋겠어요. 우리에겐 새로 맞이한 4월도 온갖 기억으로 얼룩진 달이니… 처음으로 학교에 간 유년의 4월. 벚꽃이 쏟아지는 길 위를 한 아이가 신발주머니를 돌리며 뛰어갔어요. 설레는 맘에 꽃이 지는지 피는지도 몰랐어요. 청년은 4월에 한 여자와 헤어지지 못했어요. 그녀는 벌써 다른 데로 뛰어갔지만 그는 이별하지 못했습니다. 무슨 꽃이 폈는지 졌는지 알지 못했어요. 방금 막 도착한 4월이 데려온 수많은 4월의 기억들. 욧잇을 축축하게 적시며 그가 눈물을 흘리고 있어요. 떠나간 사랑 때문인지 혁명의 기억 때문인지 배반당한 믿음 때문인지, 혹은 그 모든 것 때문인지 알 수는 없어요.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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