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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Cine Mania] "힘든 젊은이들에 희망을" 초심으로 돌아간 곽경택 감독

입력
2012.04.0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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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2001). 곽경택 감독을 올리게 하는 영화이다. 800만 관객이 찾은 영화이니 '친구'와 곽 감독을 잇는 연상 작용은 당연하기만 하다. 그래도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곽 감독의 영화는 '챔피언'(2002)이다.

한 사내가 세계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두르기 위해 태평양을 건너갔다가 주검으로 돌아온 사건 이상으로 이 영화는 가슴을 치는 장면이 여럿 있다. 재가한 어머니를 따라 성을 바꾸어야 했던 소년의 아픔, 물로 배를 채우면서도 성공을 향해 이를 악문 남자의 눈물 등이 세세해서 가슴 절절하기만 하다.

비슷한 정서의 맥락에서 곽 감독의 '똥개'(2003)에도 마음이 간다. 주변으로부터 매사 무시 당하는 한 시골 청년의 사연은 유난하지 않으면서도 인간적이다. 낮은 곳에 있는 별 볼일 없는 사회 주변인들을 향한 곽 감독의 연민 어린 시선은 언제나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화려한 액션을 앞세운 '태풍'(2005)이나 알록달록한 색감이 인상적인 멜로 '사랑'(2007)은 왠지 그의 큼직한 덩치에 맞지 않는 옷 같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개봉한 '통증'에서 눈동자에 초점을 잃은 채 휘청거리는 남자 주인공 남순(권상우)의 모습을 측은한 듯 위에서 내려다 본 장면을 접했을 때 은근히 반가웠다.

곽 감독은 지난 1일 신작 '미운 오리 새끼'의 촬영을 마무리했다. 1980년대 6개월간 복무하는 단기사병(방위) 낙만의 사연을 그린 영화로 곽 감독의 20대 시절 경험이 녹아있다. 곽 감독의 뉴욕대학 졸업작품인 단편 '영창이야기'(1995)와 소재를 공유하는, 곽 감독 영화세계의 원형질에 가까운 작품이다. 곽 감독 특유의 연민 가득한 감성이 기대된다.

곽 감독은 "요즘 힘든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지금 아니면 평생 못한다는 생각에 저랑 스태프 인건비 모두 투자해 만드는 영화"라고 말했다. 제작비는 10억원. 지난해 연기 오디션 TV프로그램 '기적의 오디션'에 출연한 뒤 곽 감독의 지도를 받았던 김준구가 주인공 낙만을 연기하는 등 신진 배우들이 힘을 합했다. 낮은 곳을 향한 저예산 영화답다.

곽 감독은 100억원대 남북 관계 영화 '적'을 다음 작품으로 준비 중이다. 대중은 그럴싸한 외형을 갖춘 '적'에 눈길을 더 줄 것이다. 곽 감독은 말했다. "상업영화 감독으로 살아남기 위해 '친구' 이후 여태껏 타협하며 영화를 만들었는데 '미운 오리 새끼'에선 타협하지 않을 것이다." '미운 오리 새끼'에 마음이 더욱 끌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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