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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출판시장 '반값 서적'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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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출판시장 '반값 서적' 논란

입력
2012.04.02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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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팔리는 단행본 도서 평균가의 절반도 안 되는 값을 매긴 책들이 잇따라 출간돼 논란이 일고 있다. 독자들은 반길 일이지만 일부 출판사나 저자들은 이미 형성된 도서 가격을 흔든다며 탐탁지 않게 여긴다. 출판 전문가들은 국내 출판계에서 거의 사라지다시피 한 염가본 시장을 되살려 독서 수요를 늘려갈 기회가 될 것으로 보며 반기는 쪽이다.

출판사 더스타일은 최근 '59클래식Book!' 시리즈 출간을 시작했다. 두리미디어, 아침나라 등 3개 출판사가 참여한 이 시리즈는 '최고의 내용을 최저의 가격으로'라는 광고대로 유명 저자들의 책을 기존 단행본의 절반인 5,900원에 판다. 먼저 미국의 자기계발서 작가 월러스 워틀스의 <끌어당김의 지혜> ,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고시바 마사토시 전 도쿄대 교수의 <도쿄대 꼴찌의 청춘 특강> , 조나단 와이트 미국 리치먼드대 교수의 <세이빙 애덤> , 김하인 소설 <내 아버지, 그 남자> 등 4권을 선보였다.

출판사는 "빈약한 내용을 그럴싸하게 포장한 책들이 쏟아지고 책이 나가지 않으니까 제작비 부담 때문에 출판사가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면서 독자들이 책을 외면하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염가 출판 의도를 밝혔다. 두리미디어 최용철 대표는 "싼 값에 좋은 책을 내 독자들이 많이 찾게 되면 출판사로서도 손해 볼 게 없다"며 "이 기획에 동참하겠다는 출판사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59클래식Book!'은 경제경영ㆍ자기계발, 소설, 인문서, 건강ㆍ실용 등 4개 분야로 나눠 올해 안에 100종 정도를 출간할 계획이다. 재출간이 다수이지만 곧 나올 아놀드 토인비의 <역사의 연구> 처럼 국내 첫 정역본도 포함돼 있다.

이에 앞서 사단법인 올재가 지난 1월 권당 2,900원에 5,000부 한정 발행한 '올재 클래식스' 시리즈는 발매 이틀 만에 전 권이 품절되는 인기몰이를 했다. 플라톤의 <국가> (조우현 옮김),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 (라종일), 최치원의 <고운집> (이상현), <한글논어> (이을호) 등 워낙 유명한 고전인데다 번역도 탄탄한 책들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40여 종 고전의 저작권을 확보한 올재의 염가 출판사업은 기업체 등의 후원과 소외계층 기증 등 사회사업을 앞세운 것이지만 좋은 책을 값 싸게 사보려는 독자 수요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 같은 도발적인 출판이 경쟁 서적을 내는 다른 출판사들에게는 그리 반갑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한 출판사 대표는 "현재의 책 값은 출판사의 수익만이 아니라 저술에 대한 가치를 반영한 것"이라며 "출판사는 물론이고 염가본에 난감해하는 저자도 있을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하지만 한국출판연구소 백원근 책임연구원은 "경기침체 등으로 저가 지향의 욕구는 커지는데도 국내 출판계는 문고본, 페이퍼백 등 염가본 시장이 거의 형성 되어 있지 않아 독자들이 책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염가본 출판을 의미 있게 받아들였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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