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봉사를 위해 가수가 된 사람입니다. 우리 아이가 음악적으로 성숙하면 외롭고 쓸쓸하고 소외된 사람들을 위해서 아들과 전국의 요양원이나 장애인 시설을 다니고 싶습니다. 노래로 즐거움과 소망과 희망을 주고, 또 기쁨을 주고 싶습니다."
정신지체 1급의 복합장애를 가진 아들 최청범씨와 아들 사랑 지극한 아버지 성일씨의 꿈은 음악으로 그늘진 곳에 있는 타인을 위로하고 희망을 전하는 것이다. 3일 밤 12시 5분에 방송하는 EBS '희망풍경-어느 부자의 꿈'편은 서툴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하는 부자의 행복한 노래봉사를 따라간다.
서른둘 청범씨가 서툰 솜씨로 기타를 치고 건반을 두드린다.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게 아직은 어설픈 티가 역력하지만 그래도 웃음에 행복이 묻어난다. 청범씨는 음악을 하며 꿈을 꿀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꿈은 아버지 성일씨의 꿈이기도 하다. 부자(父子)의 꿈은 음악으로 타인을 위로하고 보듬는 '희망전파'다.
아버지 성일씨는 35년째 교단에 몸담고 있는 선생님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노래하는 선생님'으로 인기가 높다. 3년 전 음반을 발표한 늦깎이 가수이기도 하다. 환갑 나이에 뒤늦었지만 꿈을 이뤘다. 직접 작사한 곡이 담긴 앨범은 아버지에게 또 다른 꿈을 꾸게 했다. 곧 있을 정년퇴임 후 아들과 함께 노래 봉사를 다닐 생각에 성일씨는 요즘 하루하루가 설렌다.
아들 청범씨는 정신지체 장애 외에도 어린 시절부터 극심한 간질과 싸워왔다.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청범씨가 감내해야 했던 따돌림과 학교 폭력은 그의 상처를 더욱 악화시켰다. 그런 그에게 음악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당당할 수 있는 통로였다. 그 옆에는 누구보다 아들의 음악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든든한 아버지가 있었다. 오늘도 부자는 자신을 위해 그리고 외롭고 상처받은 이들을 위해 노래를 한다.
채지은기자 c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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