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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피겨 미래를 봤다

입력
2012.04.02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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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벽은 역시 높았다. 기술점수(TES)를 좌우하는 점프 난도가 달랐고, 예술점수(PCS)를 판가름하는 표현 능력의 차이도 분명했다. 그러나 한국 피겨스케이팅의 미래를 봤다. 김민석(19ㆍ고려대), 곽민정(18ㆍ이화여대), 서채연(16ㆍ오륜중) 등 한국 선수들은 1일(이하 현지시간) 막을 내린 2012 국제빙상경기연맹 세계 피겨스케이팅 선수권대회에서 나란히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시작부터 기대 반 우려 반이었다. 김연아(22) 없이 치르는 첫 세계선수권 대회였고, 3명 모두 잔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대한빙상경기연맹 관계자는 "그 동안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했지만 최정상급 스케이터들이 총 출동했다. 본선 진출도 장담할 수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하지만 선수들은 보란 듯이 시즌 마지막 대회를 성공적으로 끝냈다. 지난달 27일 막내 서채연이 선봉에 섰다. 세계선수권 첫 출전이란 심한 긴장감에도 여자 싱글 예선(프리스케이팅)에서 기술점수(TES) 33.95점, 예술점수(PCS) 34.22점, 감점 1점으로 67.17점을 받았다. 비록 20위에 그쳐 12위까지 주어지는 본선 쇼트프로그램 출전 자격을 얻지 못했지만 ISU 공인 개인 최고 기록(58.41점)을 훌쩍 뛰어 넘었다.

김민석은 3년 연속 세계선수권 본선 진출이라는 쾌거를 달성했다. 이번 대회 내내 코피를 쏟으면서 이뤄낸 값진 성과였다. 대전 출생으로 어려서부터 유독 체력이 약했던 김민석은 "머리는 뜨겁게, 발은 차갑게"라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피겨 스케이팅을 시작했다. 담당 한의사 조차 "이런 체력으로 어떻게 운동을 하느냐"고 만류했지만 10년 가까이 한국을 대표하는 남자 피겨 스케이터로 활약했다.

세계선수권은 자신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됐다.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올 시즌 최고 기록(49.39점)을 뛰어넘어 55.41점을 받았고, 국내 선수 중 유일하게 구사하는 트리플 악셀(3회전 반 점프)을 깔끔하게 성공했다. 단 1.81점이 모자라 프리스케이팅에 진출하지 못한 게 개인적으로 아쉬울 뿐이다.

곽민정은 최악의 컨디션에도 실전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공식 훈련에선 잇따라 엉덩방아를 찧어 코칭스태프를 불안하게 했다. 허리 부상에서 완쾌되지 않아 100%의 실력을 보여줄 수 없는 몸 상태였다. 지난달 29일엔 경기가 열린 팔레 데 엑스포지숑에서 불안한 마음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국제 대회 경험이 많은 베테랑답게 2분49초의 짧은 드라마를 큰 실수 없이 마쳤다.

이지희 전 대한빙상경기연맹 부회장은 "선수들이 모두 개인 최고 기록을 세웠다. 잘 했다고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일본과 유럽에 비하면 한국 피겨는 여전히 열악하다. 이들 세 명과 국내에서 급성장 하고 있는 어린 선수들이 선의의 경쟁을 펼친다면 한국 피겨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스(프랑스)=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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