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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형철의 빨간 펜] 서론서 '일벌백계식 대책'문제제기 후 본론서 '마음의 상처' 주장 펼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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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형철의 빨간 펜] 서론서 '일벌백계식 대책'문제제기 후 본론서 '마음의 상처' 주장 펼쳤어야

입력
2012.04.02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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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은 학교 폭력에 대하여 그 원인을 해당 학생들의 '마음의 상처'에서 찾고 있다. 동시에, 해당 학생들의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사회의 모습과, 입시 위주의 교육으로 인하여 인성 교육을 등한시하고 있는 교육 실태에 대하여 꼬집었다. 따라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외면한 채 해당 학생의 일벌백계주의로 학교 폭력을 근절하고자 하는 당국의 정책을 비판하였다. 이렇게 구조를 단순화해볼 때, 논리상의 문제는 없다. 오히려 군살 없이 간결한 논리가 글의 흐름에 대한 파악을 용이하게 해 주는 측면도 있다. 하지만 그 논리를 어떻게 돋보이게 부각시키고, 읽는 이로 하여금 동의할 수 있도록 타당하게 만들 것인가가 관건이다.

이 글의 경우, 서론에서 '일벌백계주의가 과연 해결책일 수 있는가'에 대한 강한 문제제기를 하는 것이 좋다. 만약 폭력의 주원인이 마음의 상처 때문이라면, 일벌백계주의는 마음의 상처를 심화시킬 뿐이므로 옳은 대책이 아님을 전제로 제시해야 한다. 그런 후에 폭력의 주원인이 마음의 상처에 있음을 본론에서 보이면 된다. 그러려면 본론에서 마음의 상처가 폭력의 주원인이라는 주장의 '근거'와, 그 상처를 보듬지 못한 우리사회의 대처의 문제점을 보여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학생의 글의 결론으로 끝맺더라도 논점일탈이 없이 자연스럽다.

글의 시작 부분의 EBS 프로그램 이야기는 읽는 사람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그것을 통해 '문제의식'을 구체적이고 의도적으로 드러내 이후 전개될 '마음의 상처'와 연결지을 수 있었다면 그 단락이 훨씬 의미 있었을 것이다. 더욱이 '어두운 사각지대'나 '거북한 기분'은 다소 모호한 표현이다. 다음 단락에서 언급하고 있는 '그들의 몰상식한 행동'이 무엇인지도 모호하다. 이런 상황에서 그 행동의 주원인이 '마음의 상처 때문'이라고 주장한다면 납득하기 힘들 것이다.

따라서 논하려는 '몰상식한' 폭력적 행동들이 일반적으로 행해진다는 것을 언급해야 하며, 그런 행동의 이해를 위해서는 그들의 내면을 먼저 이해할 필요가 있음을 주장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이 부분에서 사회문화 과목 1단원의 '사회문화 현상을 연구하는 해석적 방법'을 간단히 언급하면 타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그 내면이 상처투성이임을 보이고, 마음의 상처와 폭력과의 상관관계를 제시하면 가해학생이 그런 행동을 하는 이유가 설명이 될 수 있다. 그렇게 된다면 학생이 원래 이야기하고자 했던 바와 같은 결론을 이끌어 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내면이 상처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필연적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적이거나 막연한 주장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공감할 타당한 근거를 도출해야 한다. 경쟁체제 하에서 친구를 경쟁상대로 볼 수밖에 없는 외로움, 원하지 않는 경쟁을 해야만 하는 갈등, 경쟁에서 낙오된 것으로 인한 좌절감 등을 우리 교육 현실과 연결 짓는다면 공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상처를 왜곡된 형태의 우월감으로 보상받으려 폭력을 행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그 상관관계도 입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보편적 학설에 비추어 근거를 제시하면 자기만의 생각을 제시하는 것보다 타당성 확보에 더욱 효과적이다(사회문화 과목 5단원의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관점' 또는 '청소년 문제' 부분을 참고할 것).

*첨삭지도와 기고를 희망하는 중고생은 약 2,000자 분량의 원고를 nie@hk.co.kr로 보내주십시오.

공부의 자세 대표 hckongkorea@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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