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천 사람이다. 인천에서 나고 자라 스물여덟까지 살았다. 신기한 것은 인천에서 벗어나자 인천이 눈에 들어오는 묘한 경험의 발로다. 옛 애인의 어떤 뚝심, 그 귀함은 왜 매번 헤어진 뒤에야 내 발등을 찍게 할까.
권태기에 접어든 커플의 입에서 가장 빈번하게 튀어나오는 말이 우리 잠시 떨어져 서로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 인 걸 보면 시에 있어 객관적 거리감이라는 게 삶에 있어서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 그 인천, 요즘 들어 자주 가보게 되는 나다.
사는 게 과욕이다 싶을 땐 자유공원에 올라 노인들의 그 느린 걸음을 무한정 쳐다보게도 되고, 사는 데 의욕을 잃었다 할 때는 신포시장에 가 닭 튀기는 아줌마들의 그 분주한 손놀림을 하염없이 지켜보게도 되더란 말이다. 이른바 삶이란 것을 화두로 내 머리에 얹었을 때 나는 왜 인천으로 달려가는가, 생각해보니 전혀 뜯어고치지 않은 고향의 얼굴이 거기 그대로 있어서가 아닐까 했다.
제 생을 고스란히 반추해볼 수 있는 추억들 앞에서야 비로소 무릎을 굽히게 되는 우리들. 고향 사람들은 저주받았다는 표현으로 인천의 낙후에 통탄하곤 한다지만 나는 한 집에서 65년째 살고 있다는 친구네 가계가 부러울 따름이다. 밥집은 원조, 게다가 낡고 쇠락한 매무새라면 더 환호하면서 내 집, 내 동네, 내 고향은 새 집, 새 동네, 새 고향이기를 바라는 우리들의 슬픈 삽질이란.
김민정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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