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 5.2%(AGB닐슨미디어리서치 기준). KBS2 월화드라마 '사랑비' 2회 방송이 받아 든 성적표다. 아직 방송 초기라지만 지상파 드라마로선 초라한 시청률. 일본에서 가장 인기 많은 한류스타 장근석과 걸그룹 소녀시대의 윤아, 한류 원조드라마 '겨울연가'의 윤석호 PD가 뭉친 작품이라는 걸 감안하면 참담하기만 하다.
'사랑비'는 방영 전 80여억원을 받고 일본에 선판매 됐다. 일본 자금이 들어간 드라마나 영화가 국내에선 죽을 쑨다는 속설이 다시 입증된 셈. 한일이 손잡은 영상물이 국내 시장에서 실패하는 이유가 새삼 궁금해진다. 이들 작품의 국내 부진은 한국과 일본 대중의 취향 차이에서 비롯된 것인가. 일본 자본의 보이지 않는 입김이 한국 영상물에 끼친 악영향 때문인가.
지난해 장근석이 출연한 영화 '너는 펫'의 흥행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7급 공무원'과 '블라인드' 등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던 김하늘이 가세했지만 54만여명을 모으는 데 그쳤다. '너는 펫'은 일본 KJ넷으로부터 제작비 30억원을 투자 받았다. 대표적인 한일합작 드라마 '프렌즈'(2002)와 TV와 스크린에 동시에 선보인 한일 합작 텔레시네마 프로젝트(2009), 영화 '역도산'(2004) '첫눈'(2007) 등 일본 자본이 들어간 드라마와 영화들의 성적은 항상 밑바닥이었다.
영화계의 경우 2000년대 초 한일합작이 시작됐지만 이렇다 할 성공 모델을 아직 내놓지 못하고 있다. 양국 관객의 정서적 차이를 극복하기 힘들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너는 펫'처럼 일본 원작을 기반으로 한류스타를 캐스팅해 아예 일본 시장을 겨냥해 제작하는 게 영화계의 새 조류다. '너는 펫'의 이성훈 프로듀서는 "시나리오 특성상 국내에선 흥행이 쉽지 않겠다 싶어서 일본 관객을 타깃으로 장근석의 매력을 보여주는 데 집중한 결과 일본에서는 국내 적자를 만회할 만큼의 수익을 냈다"고 말했다.
정서의 벽은 드라마에서 더 높다. '프렌즈'나 텔레시네마 프로젝트 등 일본에선 좋은 평가를 받았으나 한국에선 기대에 미치지 못한 작품이 대다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직접투자보다 판권 판매의 방식으로 일본 자본이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일본 자본이 직접적으로 드라마 제작에 개입할 수 없지만 국내 기획사들이 무시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일본 이종격투기 주최사인 FEG의 투자를 받았던 한일 합작 드라마 '드림'을 연출한 백수찬 PD는 "일본 측이 현지에서 인기가 있는 한류 배우를 쓰고 싶어하는 경향은 있으나 연출이나 극의 흐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고 했다.
'사랑비'의 제작사인 윤스칼라는 초반 성적 부진을 시대적 배경 탓으로 돌리고 있다. 1970년대 정서가 대중들에게 낯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창미 윤스칼라 기획 PD는 "드라마 기획 과정에서 일본 시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시대 정서를 표현하느라 초반 전개가 느리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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