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정국에서 총리실 민간인 불법사찰 악재를 만난 새누리당이 이명박 정부와의 거리 두기를 통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바람의 선거'로 불리는 수도권 새누리당 의원들은 이 대통령의 사과까지 요구하며 현 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 있다. 당 지도부도 '사찰을 한 이명박정부' 대 '피해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분리 전략을 구사하는 모습이다.
쇄신파 권영진 의원은 1일 통화에서 "정권들이 대를 이어 독재 잔영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다"며 "청와대 비서관이 연루된 이상 이 대통령이 사과하고 총선 이후 역대 정권의 불법 사찰을 파헤치기 위한 국정조사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이계 김용태 의원도 "국가기관이 증거인멸을 시도했다는 건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사태인 만큼 이 대통령이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살을 도려내야 한다"고 요구했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청와대 주인이 나서 사찰을 명령한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야지 지금 와서 '80%가 노무현정부 때 이뤄졌다'고 주장하는 건 당당하지 못한 태도"라고 지적했다. 중립 성향의 유일호 의원도 "이영호 전 고용노사비서관이 청와대에 있었던 것은 사실인 만큼 책임질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과거보다 나아지라고 이명박 정부를 압도적으로 만들어줬는데 '과거 정부가 더 했다'고 하면 국민들이 뭐라 하겠느냐"고 말했다.
새누리당은 이날 낸 논평과 브리핑을 통해 박 위원장과 당이 이번 사태와 무관함을 적극 강조했다. 자칫 이번 사태가 정권심판론과 결합될 경우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접전지 승패에 결정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변인 브리핑에서는 '지난 정권과 현정권을 막론하고 박 위원장은 기관 사찰로 극심한 고통을 받았다' 등의 표현을 쓰며 박 위원장이 피해자라는 측면을 부각시켰다. 앞서 비상대책위가 "남경필 의원 등 우리 당 인사들도 사찰 대상이 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고 밝힌 것도 이명박 정부와는 별개의 정치 지대에 있음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당내 일부에선 이 대통령 탈당 요구 움직임도 있지만 총선 전에 본격적으로 점화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친박계의 한 의원은 "대통령이 알아서 할 문제인데다 탈당한다고 무슨 효과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수차례 탈당을 요구했던 권영진 의원은 "선거 이후면 몰라도 총선을 며칠 앞두고 탈당을 요구하는 게 국민들에게 진정성 있게 비치겠느냐"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경우 극단의 선택을 압박하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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