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부터 국내 저가항공사인 이스타항공은 지난 달 30일 신규 취항한 인천~오사카 노선에 대해 4만원대의 파격적인 프로모션(행사) 항공권을 제시하고 있다. 같은 노선의 일반 항공사 편도 가격(20만원대)은 물론이고, 저가 항공의 보통 가격(7만9,500원)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 4월말까지 적용되는 이 행사 가격은 ▦편도 4만9,500원 ▦왕복 9만9,000원(유류할증료 등 미포함). 공항세 등 부가요금을 더해도 서울~제주 왕복 항공료와 비슷한 16만원대에 오사카를 다녀올 수 있는 셈이다.
하지만 이는 가격파괴 경쟁의 예고편에 불과했다. 일본의 전일본공수항공(ANA)이 설립한 저가항공사 피치항공은 지난달 27일 3만원짜리 초특가 항공권(편도)을 들고 나와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5월8일부터 신규 취항하는 자사의 인천~오사카 노선에 대해 6월말까지만 적용되는 프로모션 가격이지만 국내 저가항공과의 경쟁을 의식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동북아 저가항공사간 가격파괴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국내항공사들이 먼저 뛰어든 시장에 일본항공사가 가세하고, 여기에 중국항공사들마저 새롭게 진출을 선언해 치열한 생존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1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일본과 중국 대형 항공사들도 저가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미 피치항공을 내놓은 일본의 ANA는 오는 10월께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인 에어아시아와 합작해 만든 에어아시아재팬을 또 선보인다. 일본항공(JAL)도 미쓰비시상사, 호주 콴타스항공과 공동 설립한 제트스타재팬을 하반기까지 출범시킬 예정.
중국의 경우 3대 항공사 중 하나인 동방항공이 내년 초 저가항공 시장에 진출을 선언했다. 호주 콴타스항공과 함께 저가항공인 제트스타홍콩을 선보여 중국 한국 일본 등을 잇는 단거리 비행을 시작한다는 것. 저가항공사 설립을 계획 중인 남방항공 등 중국의 다른 대형 항공사들도 속도를 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가격 낮추기 경쟁 또한 더욱 거세질 전망. 현재 저가항공은 일반 항공의 3분의 1 수준에서 항공권을 내놓고 있다. 인천~오사카 노선의 경우 일반 항공이 20만원~50만원대라면 저가항공은 7만5,000원~26만원선. 이번에 프로모션 상품으로 3만원 짜리를 내놓은 피치항공도 7월부터는 보통 요금(비 행사가격)으로 7만5,500원~29만5,500원을 받을 계획이다.
저가항공인 제주항공 측은 "지난달 신규 취항한 인천~후쿠오카 노선의 경우를 보면 왕복 기본운임이 일반 항공 대비 평균 20~30% 저렴한 19만원~25만원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항공사까지 뛰어들면 출혈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가격 파괴 흐름이 제주도를 포함해 인기 여행지의 판도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도 또 다른 관심사. 업계 관계자는 "동북아시아 저가 항공사간의 가격경쟁이 치열해지면 우리의 관광특구인 제주도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며 "현재 중국인과 일본인들로 특수를 누리는 제주도가 가격 경쟁에서 밀릴 수도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단체 관광객 위주로 제주도를 찾는 중국인들이 제주도보다 훨씬 싼 가격에 일본 항공권이 나온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게 된다는 설명이다. 이는 국내 여행객들에게도 마찬가지인 상황. 국내 저가항공사에서 판매하는 왕복 김포~제주 정상 운임(유류할증료 등 포함)는 16만원대여서 일본 오사카나 후쿠오카를 오가는 요금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가격 하락으로 소비자 선택권이 확대되고 있다"며 "국내 저가항공사들이 일본과 중국에 비해 선두주자로서의 경쟁력을 잃지 않으려면 서비스 차별화가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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