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공개된 사찰문건 2,619건 가운데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이 만들어진 2008년 7월 이후 시기의 내용은 민간인, 언론계, 정치권, 호남 출신 공직자 등을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 이전과 다른 특징이다. 이는 곧 촛불사태 직후 신설된 이 조직이 정권 내외의 반 MB 세력을 솎아내기 위해 활동했음을 보여주는 근거라는 지적이다.
불법사찰 1차 검찰 수사팀은 1일 "문건 분석결과 2008~2010년 공직윤리지원관실 점검1팀에서 진행한 내사 건수는 121건, 문서 수는 450여 건"이라고 해명했다. 문건의 80%는 참여정부 시절 작성된 것이라는 청와대 해명과 유사하다. 하지만 2008년 7월 공직윤리지원관실 사찰팀 출범 이전과 이후의 문건 내용은 확연히 다르다.
가장 큰 특징은 순수 민간인이 사찰 대상으로 빈번하게 등장한다는 점이다. 특히 산부인과 의사, 사립학교 이사장, 서경석 목사, 서울대병원 노조, 삼성고른기회장학재단, 방송작가협회 이사장 등 누가 봐도 민간인임이 명백한 사람과 기관이 포함됐다.
이에 대해 1차 수사팀은 "일부 민간인 관련 사항이 있어도 일반적인 풍문이나 동향을 수집하는 정도여서 외부에 어떤 행위를 한 것이 없거나, 공직자의 비위와 관련돼 민간인에 대하여 그 비위사실을 확인하는 정도에 그치는 것 등이어서 모두 내사종결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직윤리지원관실 출범 이전 문건에는 민간인이 등장한 경우가 거의 없다. 따라서 검찰의 말은 공직윤리지원관실이 월권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감춰버린 옹색한 해명이라는 지적이다.
KBS, YTN 등 언론사와 한겨레21 편집장 같은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사찰 보고서도 모두 2008년 7월 이후 작성된 것들이다. 김유정 남경필 정태근 의원, 이완구 전 충남지사 등 여야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이 사찰 대상에 포함된 것도 이전과는 다른 특징이다. 이들은 현 정권에 비판의 각을 세웠던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성훈 전 농림부 장관, 이병완 전 청와대 홍보수석, 서갑원 전 의원이 거주하는 펜트하우스의 평형과 거주 여부 등도 보고 내용에 포함됐다. 전 정권 인사들에 대한 견제용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공직 감찰에 있어서도 2008년 7월 이후 문건에서는 성격이 바뀌는 양상이 눈에 띈다. 일단 전 정권의 수혜를 입은 것으로 간주된 공직 내 호남 출신들이 주 타깃이 됐다. 공직 비위에 대한 추적 수준을 넘는, 사생활 밀착감시 내용도 2008년 7월 이후 사찰문건의 특징이다. 한 사정기관 고위간부의 불륜 행적을 분 단위로 기록한 보고서에서는 도청과 미행의 흔적이 곳곳에서 드러난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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