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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수색대대 진혁 상사, 비무장지대 14년 근무… 작전 1000회 첫 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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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군 수색대대 진혁 상사, 비무장지대 14년 근무… 작전 1000회 첫 달성

입력
2012.04.01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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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7월 화창한 어느 날 오후. 강원 화천군 중동부전선 최전방 남방한계선 앞에 선 이등병은 후들후들 떨리는 몸을 가누느라 잔뜩 힘을 주었다. 입대 3개월 만에 수색대대 일원으로 비무장지대(DMZ)로 진입하는 통문에 선 스물 한 살 청년의 뇌리에 순간 "무사히 부대로 복귀할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꽂혔다. 심장을 가까스로 가라앉히고 보니 어느새 그는 북한군의 개인화기 사정거리 안인 DMZ를 정찰하고 있었다.

14년 전 이등병으로 DMZ내에 첫발을 내디뎠던 육군 제 15보병사단 수색대대 소속 진혁(35) 상사가 2일 1,000번째 DMZ 작전에 투입된다. 53년 DMZ가 설정된 이래 1,000회째 이 작전 투입은 그가 처음이다.

수색대대는 군사분계선과 남쪽으로 2㎞ 떨어진 남방한계선 사이에 설치된 최전방 감시초소인 GP 근무를 도맡는다. 북한군의 침투 및 매복을 발견하고 동향을 감시해야 하는 일은 한시도 긴장을 늦출 수 없어 사병들에게는 '기피부대'다. 이등병 시절 "이왕 하는 군생활, 최선을 다해 하자"며 수색대대에 자원한 진 상사는 뜻밖에 그곳에서 직업군인의 길을 결심했다. 한번 눈이 내리면 기온이 영하 48도까지 떨어지고, 도로 운행마저 불가능해져 겨울이 되기 전 월동용 난방유와 비상식량을 준비해야 하는 어려운 부대 여건에서 이 선택을 이해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중대장으로부터 6·25 이전 북한군에게 빼앗긴 송악산을 탈환하기 위해 박격포탄을 안고 적의 기관총 진지로 돌진해 산화한 서부덕 상사의 일화를 듣고 그 희생정신에 감복했죠. 그 길로 군인의 삶을 살아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하사 임관 이후 후방 근무를 지원할 수도 있었지만, 최전방이 좋아 통상 3년이면 만료되는 부소대장직을 10년이나 고수하며 지금까지 수색대대 한 부대에서만 근무했다.

그는 긴장감이 잠식해올 때면, 오히려 체력단련을 하며 작전 예행연습을 했다. 하루도 거르지 않은 체력단련과 사격훈련 덕에 그는 '특급'체력과 '특등사수'기록을 동시에 갖고 있다.

그는 "14년간 긴장을 풀 수 있었던 날은 하루도 없었는데 어느덧 이렇게 작전이 1,000회를 앞두고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이제 눈을 감으면 작전지역의 지형과 풀 한 포기, 한 포기가 머릿속에 그려진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하지만 가족에 대해 묻자 자신만만했던 그의 목소리가 한없이 작아졌다. 진 상사는 "최근에는 한 달에 한번씩은 집에 가서 아들(5)과 놀아주는데, 평소 열이라도 나서 아플 때 아빠가 함께 병원에 가주지도 못한 점은 항상 마음 아프고 미안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현재 둘째 아이를 임신 중인 부인 신유진(32)씨는 한번 작전에 투입되면 수개월씩 집에 못 오는 남편을 오히려 위로하는 든든한 버팀목이다. 신씨는 "항상 위험에 노출된 남편이 걱정도 되지만, 오히려 무사히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마음 편히 근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가족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육군은 진 상사의 희생정신과 성과를 인정해 지난해 5월 그에게 전투부대 우수 부사관에게 내리는 '육탄10용사상'수상자로 선정하고 육군참모총장 표창을 수여했다. 또 15사단은 2일 그의 1,000회 작전 달성을 기념하는 자체 기념행사를 마련하고, 그를 육군5대가치관상인 '참군인 대상'에 추천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도 최전방 근무를 고집하겠다는 그는 "뼛속까지 스미는 긴장감이 늘 상존하는 DMZ작전이지만 사랑하는 가족과 내 조국 대한민국을 생각하면 전혀 두렵지 않다. 군에 복무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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