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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파문/ 증거인멸 당시 민정수석… 연루 의혹 짙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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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사찰 파문/ 증거인멸 당시 민정수석… 연루 의혹 짙어

입력
2012.04.01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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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권재진 법무부장관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요구하면서 2010년 7월 검찰 수사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권 장관의 역할, 불법사찰 및 증거인멸 사건 개입 여부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권 장관에 대한 사퇴 요구가 불거지는 이유는 그가 수사 대상이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현재 수사를 지휘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권 장관도 이 같은 시선을 의식한 듯 "수사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고 오해 받을 수 있다"며 언론 취재에 일체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종익 전 KB한마음 대표가 불법사찰을 당한 2008년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은 정동기 전 대검 차장이었고 공직기강팀장은 이강덕 현 서울경찰청장이 맡고 있었지만, 검찰 수사에 대비한 증거인멸 행위가 벌어진 2010년에는 권 장관이 민정수석 자리에 있었다. 민정수석실이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보고를 받는 위치였기 때문에 권 장관이 불법사찰 관련 내용을 보고받았거나 증거인멸 행위에 관여했던 것 아니냐는 추론은 충분히 가능하다.

2010년 검찰의 압수수색 직전 파기된 총리실 직원의 컴퓨터에서 '민정수석 보고용'이라는 폴더가 발견됐다거나, 자료 파기를 지시한 최종석 전 청와대 행정관이 청와대 개입설을 폭로한 장진수 전 공직윤리지원관실 주무관에게 "민정수석실도 자유롭지 못할 테고 총리실도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도 권 장관을 주목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물론 권 장관이 보고 라인의 정점에 있었던 것은 맞지만 당시 이영호 전 청와대 고용노사비서관의 전횡이 워낙 심해 권 장관이 개입할 여지가 없었다는 반론도 있다. 이 전 비서관이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보하는 경우가 많아 민정수석실이 보고를 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했다는 것이다. 당시 공직윤리지원관실의 한 관계자는 "민정은 아예 보고를 받지 못하다가 권 수석 부임 후 1주일에 한 번 형식적인 수준에서 보고를 받는 정도였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불법사찰 행위에는 권 장관이 개입했을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증거인멸 과정에 연루됐을 가능성은 높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사찰 자체가 정권 차원의 행위이기 때문에 막상 일(검찰 수사)이 터지면 자의든 타의든 뒷처리(증거인멸)에 나설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 장관은 정치권의 사퇴 요구와 각종 의혹 제기에도 물러날 뜻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한 지인은 "당시 민정수석실과 이영호 전 비서관의 사이가 안 좋았다는 것만 말해 두겠다"며 권 장관 연루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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