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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9/ "보수층, 반응 시작" 압박붕대 감은 손 vs "2년간 골목길 누벼" 터져버린 눈 핏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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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D-9/ "보수층, 반응 시작" 압박붕대 감은 손 vs "2년간 골목길 누벼" 터져버린 눈 핏줄

입력
2012.04.0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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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갑에서 4ㆍ11 총선 후보로서 1대 1로 맞붙은 새누리당 길정우 후보와 민주통합당 차영 후보는 1일 그야말로 '몸을 던지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길 후보는 온종일 유권자들과 악수를 하느라 오른쪽 손을 다쳐 압박 붕대를 감은 상태였다. 차 후보는 쌓인 피로 때문에 왼쪽 눈 핏줄이 심하게 터져 전날 응급실까지 다녀 왔다고 했다.

'양천갑은 새누리당의 오랜 텃밭인 만큼 일방적으로 승부가 결정되지 않겠느냐'는 정치권의 당초 관측과는 다르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지금까지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차 후보가 근소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16, 17일 실시된 동아일보_리서치앤리서치 조사에선 길 후보(28.7%)가 차 후보(34.8%)에 6.1%포인트 뒤졌다. 27일 중앙일보_갤럽ㆍ엠브레인 조사에선 길 후보(28.9%)와 차 후보(29.4%)가 0.5% 차이로 팽팽한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천갑은 새누리당이 14대 총선 이후 한 번도 내 준 적이 없는 지역이다. 또 현역인 새누리당 원희룡 의원이 16~18대 총선에서 득표율 50%를 넘긴 곳이다. 고학력 전문직 종사자 비율이 높고 집값이 비싼 아파트가 많아 보수 성향이 우세한 표밭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 양천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길 후보에겐 2040세대 유권자들에게 먹히는 정권 심판론과 낮은 인지도가 큰 걸림돌이 되고 있었다. 이날 오후 신정동 양천공원에서 길 후보를 만난 젊은 주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길 후보가 허리 숙여 인사했으나 마지 못해 악수에 응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길 후보는 "이제 변화가 시작될 겁니다"라는 말로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했으나, 산책을 나온 30대 주부는 "누가 당선되든 관심 없지만 새누리당이 꼭 졌으면 좋겠다"며 싸늘한 표정을 지었다. 신정동의 한 주민은 "길 후보가 공천 받아 지역에 온 것이 겨우 3월 초"라면서 "새누리당이 우리를 호구로 아느냐"고 소리를 높였다.

차 후보는 기자와 만나 "양천갑 표심은 강남 3구와 달리 보수적이면서도 시대정신에 투철하고 예민하기 때문에 '무조건 새누리당'전략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반면 차 후보에겐 새누리당과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역 내 지지도가 여전히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이 높은 벽이었다. 선거가 당 대 당 구도로 가면 불리해질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길 후보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은 차 후보 진영도 부인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목1동의 50대 주민은 "선거가 시작된 이상 미우나 고우나 새누리당"이라면서 "종북 좌파들이 한 축이 된 야권연대야 말로 심판할 대상"이라고 말했다. 목3동 재래시장의 한 상인은 "차 후보가 자갈밭이나 다름 없는 우리 동네를 2년 간 열심히 다닌 게 안쓰럽긴 하지만, 누굴 찍어야 동네가 좋아질지 냉정하게 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길 후보는 "그간 정치권에 냉소를 보내며 움직이지 않던 보수층이 이제는 투표장에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두 후보는 이날 유세에서 네거티브 공세는 자제하면서도 상대의 약점을 날카롭게 파고 들었다. 길 후보는 현대백화점 앞 유세에서 "따뜻한 보수, 건전한 보수로 서민 여러분께 다가가겠다"고 보수 표심을 자극했다. 차 후보는 목3동 시장 유세에서 "지난 2년 동안 그랬듯이 언제든 여러분께 달려갈 거리에 가까이 있겠다"며 길 후보의 낙하산 공천 논란을 겨냥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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