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선데이 브런치 먹고 나눔에 동참하세요."
4월의 첫 일요일인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이탈리안 레스토랑 '다이닝플레이트'. 이 레스토랑의 단골이자 아이리스', '태극기 휘날리며' 등의 드라마ㆍ영화 음악을 만든 이동준(45) 음악감독이 이날은 레스토랑의 특별 주방장을 맡아 흰 조리사복 차림으로 주방을 누볐다. 그는 "독신남의 요리 실력을 발휘하겠다"며 요리사들을 지휘했다.
이곳에선 매주 일요일이면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특별한 메뉴를 선보인다. 유명인사들이 번갈아 특별 주방장을 맡아 소시지, 달걀, 야채 등 기본 구성에 바게트 샌드위치, 데리야끼 소스 닭꼬치 등 자신만의 특선 요리 하나씩을 더해 내놓는 1만8,000원짜리 브런치(brunchㆍ아침 겸 점심) 메뉴가 그것. 이 특별 메뉴는 재료비 등을 제외한 수익금 전액을 아름다운재단에 기부한다는 점에서 더 빛이 난다.
'이수형의 아름다운 선데이 브런치'라는 이름이 붙은 행사는 부산 덕천초등학교 동창인 이수형(40) 퍼플프렌즈 대표와 조승우(40) 다이닝플레이트 대표가 "레스토랑이 쉬는 일요일마다 좋은 일을 해보자"며 1월 말부터 시작한 기부 행사다. 아름다운재단과 10년 넘게 기부자로 인연을 맺어온 이 대표가 지난해 말 친구 조 대표가 새로 차린 레스토랑을 보고 아이디어를 냈다. 조 대표도 "좋은 일 하는 데 빠질 수 없다"며 일주일에 하루뿐인 휴일을 기꺼이 반납했다.
온라인광고마케팅 회사 퍼플프렌즈를 운영하는 이 대표는 2000년대 초중반부터 다양한 기부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겨 왔다. 이번 기부 행사에도 이 대표의 기부 노하우와 인맥이 총동원됐다. 두 달여 동안 이 대표의 페이스북 친구들인 김현영 다음커뮤니케이션 부사장, 최형우 판도라TV 대표, 윤정숙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강재형 아나운서 등이 특별 주방장 자리를 거쳐갔다.
"1년에 50여명인 일요일 특별 주방장들과 새로운 기부 방법을 시도할 수도 있겠죠. 돈을 조금씩 모아서 밥차를 산 뒤 소외 지역을 돌며 한번도 이탈리아 음식을 먹어보지 못한 분들에게 피자와 파스타를 대접하는 것은 어떨까요?"
이 대표와 조 대표는 "시간이 갈수록 자꾸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긴다"며 "맛있는 식사와 따뜻한 나눔은 함께 할수록 더 즐거운 것 같다"고 말했다.
동참하는 손님들도 꾸준히 늘고 있다. 선데이 브런치 첫 행사였던 1월 마지막주 일요일에는 손님이 7명뿐이어서 적자였지만 두 달 후인 3월 마지막 일요일에는 개시 2시간 반 만에 준비한 60여명 분의 재료가 동나서 일찍 닫아야 했다. 1일에도 30명 넘는 손님들이 찾았다.
그 동안 모인 기부금은 200여 만원이다. 두 사람은 "1년 목표액인 1,000만원은 금세 모을 것 같다. 이 돈이 꼭 필요한 곳에 쓰였으면 한다. 그리고 다른 식당들도 저희를 따라 이런 즐거운 일을 많이 벌였으면 한다"며 웃었다.
박우진기자 panora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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