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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계부채 해결, 은행이 나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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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가계부채 해결, 은행이 나서라

입력
2012.04.0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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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가계부채 총액이 912조원을 넘어 섰다. 특히 가계부채의 질적 구조 악화가 문제인데, 제2금융권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하여 400조원을 돌파했고, 올해 1월에는 10% 이상 금리가 적용되는 고금리대출 비중이 4.6%에 달했다. 2월 말에는 가계대출 연체율이 0.85%로 전월대비 0.07% 포인트 상승하여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런 와중에 한국은행이 금융감독원에 은행 공동검사를 요청한 것은 가계부채 연착륙을 위한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근 높아진 물가수준, 불투명한 경기전망 그리고 부동산 가격 하락세 속에서 생계형 대출수요가 늘고 있으나 기존의 가계부채 부담으로 대출의 증가 또는 감축 어느 쪽도 쉽지 않은 외줄타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경기회복만을 무작정 기다리는 것은 대책이 될 수 없다. 저축은행 사태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늦기 전에 정확한 상황 파악을 토대로 연착륙 해법 찾기에 나서야 한다.

감독당국의 대출한도 및 금리 규제 등은 관치금융 논란을 접어두더라도, 연착륙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예로 은행권 추가대출 규제는 고객을 제2금융권 또는 제도권 밖으로 밀어내는 풍선효과로 인해 문제를 악화시킬 소지가 있다. 당장은 상환능력이 없으나 미래 상환능력 개선을 예상하는 은행의 고객은 대환대출 또는 추가대출 등을 신청할 것이다. 그런데 신청이 기각되어 제2금융권 또는 비제도권으로 밀려나면 계약조건 악화로 부도가능성이 높아지고 피해가 은행으로 돌아올 수 있다. 다중채무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금리규제도 마찬가지다. 고객의 금리부담을 덜어주려는 취지에 공감하더라도, 동전의 뒷면도 보아야 한다. 은행은 고객의 신용도에 비추어 낮은 금리가 강요되면 꺾기 또는 다른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아예 대출을 거절할 수도 있다. 아무리 은행이 공공성을 존중하더라도 수지맞지 않는 대출을 지속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고객 부담과 부도가능성은 높아진다.

이러한 직접규제 방식은 가계부채 연착륙에 반하는 하책이다. 상책은 은행 스스로가 상시적인 고객관계를 토대로 고객의 형편을 살피고 자신의 위험관리 노하우를 활용하여 쌍방에 득이 되는 방향으로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다. 은행의 자발적이며 주도적 역할을 기대하는 이유는 가계부채 문제가 당초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확대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은행권의 자본력과 위험관리 역량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은행의 주도적 역할을 위해 자산부채종합관리의 신축성 확보가 필요한데, 이를 위해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본다. 첫째, 국내외시장에서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및 개인신용대출을 토대로 중장기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하는 것이다. 은행은 비유동적 가계대출을 특수목적회사(SPV)를 통해 유동화함으로써 조달ㆍ운용의 신축성을 회복할 수 있고, 부실대출 정리도 가능하다. 주택담보대출로 인한 자산부채 만기불일치를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다만 발행증권의 신용도 제고를 위해 신용보강 장치가 필요하며, 은행 스스로 양도인수익권(지분트란쉐)을 보유하여 대출자산 서비스 및 모니터링 유인을 지닐 필요도 있다.

둘째, 작년 금융위원회가 추진했고 최근 금융연구원이 강조한 ‘커버드 본드’ 특별법 제정을 재검토할 수 있다. 커버드 본드란 자산유동화증권에 은행의 자체신용을 추가하여 이중 상환청구권을 보장하는 것으로 신용도가 높아 저금리 발행이 가능하다. 다만 이중 보장을 위해 여타 채권 대비 특별대우가 필요하므로 특별법 제정이 요구된다.

셋째, 예금을 받아 연금형태로 되돌려주는 장기예금상품 판매도 구상해볼 수 있다. 만기구조를 가계대출 만기구조와 일치시켜 금리위험 경감을 시도하는 방안이다. 국민소득 증가와 인구고령화 진전으로 장기물 투자 수요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이들은 신용위험을 적절히 통제한다면 안성맞춤 투자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따라서 은행 조달ㆍ운용의 운신의 폭을 확대하여 가계부채 연착륙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윤석헌ㆍ숭실대 금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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