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멀쩡한 도로가 푹 꺼지거나 커다란 구멍이 생기는 사고가 잇따라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31일 오전 1시30분 경기 성남시 정자역 부근 도로에서 지역난방공사가 공급하는 온수 배관이 터져 일부 도로가 무너져 내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도로 위를 달리던 택시가 지름 4m 크기의 구덩이에 빠져 운전자 박모(50)씨가 다치고 보행자 9명이 발목 등에 화상을 입었다.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신분당선 지하철 공사 당시 설치한 H빔이 온수관을 감싸는 2중 피복을 파손시켜 관이 부식되는 바람에 온수가 새고 도로가 무너졌다”고 설명했다.
같은 날 오후 9시47분쯤 서울 서초구 지하철 3호선 양재역 6번 출구 앞 사거리에서도 도로가 내려앉으면서 울퉁불퉁 굴곡이 생겼다. 지하에 묻혀있던 수도관이 터져 도로 곳곳이 물에 잠겼고, 지름 400mm 도시가스 배관 일부에 균열이 생기기도 했다. 강남수도사업소 관계자는 “봄철 해빙기를 맞아 지반 침하가 일어났고 이 때문에 상수도관이 파열됐다”고 설명했다.
앞서 2월 18일 인천 왕길동 지하철 2호선 공사 현장에서 갑자기 생긴 지름 10m 깊이 20m의 구덩이에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빠져 숨졌고, 3월 들어서도 서울 천호역 인근 도로(23일)와 부산 금곡동 도로(27일)가 침하되는 사고가 잇따랐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침하 현상은 지반공학적 검토 없는 무분별한 공사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했다. 김한승 건국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1일 “봄철 도심에선 겨우내 누수 등으로 지면 근처에 얼어 있던 물이 녹아 지하로 스며들면서 빈 공간이 생겨 지반 침하 현상이 발생한다”며 “흙 다지기 작업 등을 할 때 누수를 확인하지 않고 매립하면 이 같은 사고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철현기자 kar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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