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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평북 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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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평북 철산

입력
2012.04.0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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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 은 평안북도 철산이 실제 무대다. 철산 고을 배 좌수의 두 딸 장화와 홍련이 계모 허씨와 그녀가 데리고 온 장쇠의 학대를 받다 원통하게 죽었다. 원혼이 억울함을 호소하기 위해 고을 사또 잠자리에 나타나지만 사또마다 부임 첫날 밤에 놀라 죽는다. 결국 담력이 센 사또가 자원 부임해 호소를 듣고 원수를 갚아준다. 조선 효종 때 철산부사 김동흘이 겪은 실화를 조선 후기에 누군가 소설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 장화 홍련 두 자매가 몸을 던졌다는 용추 연못은 행정구역 개편으로 지금은 이웃 염주군에 있다. 평북 서해안 중부 철산반도와 수많은 섬들로 이루어진 철산군은 중국 국경에서 멀지 않아 역사유적이 많다. 운암산 정상엔 병자호란 때 이곳 출신 김여기(金勵器) 장군이 청 군대와 싸워 대승한 전승비가 있다. 가도(椵島)는 명나라 장수 모문룡이 최후까지 저항하다 임경업 장군의 조청(朝淸)연합군에 패한 역사의 현장. 임경업 장군이 큰 뱀에게서 용천검을 얻었다는 연못도 있다.

■ 남북 왕래가 자유로워지면 인기 만점의 역사 기행, 문학 기행지가 될 법한 이곳이 엉뚱한 일로 세계의 이목을 모으고 있다. 북한이 '서해 위성발사장'이라고 부르는 장거리미사일 발사 기지가 철산군 동창리에 있다. 국제사회의 강력한 경고에도 12~16일 '광명성 3호'위성 발사를 위해 착착 준비 중이다. 북한은 10년 공사 끝에 지난해 발사장을 완공했다. 규모는 '동해 위성발사장' 함북 무수단리 기지보다 5배나 크고 발사대도 1.5배다.

■ 대부분 수동식인 무수단리 기지와는 달리 제어 조종 연료주입 시설이 자동화, 지하화됐다. 규모와 현대화로 볼 때 무수단리 기지에선 힘든 대륙간탄도미사일이나 대형 우주발사체 발사 시험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이곳 발사 시설을 상업위성 발사기지로 운용, 앞으로 제 3국의 위성발사도 대행할 계획을 중국에 밝혔다고 한다. 하지만 북한의 객관적 기술 수준을 감안하면 꿈 같은 얘기로만 들린다. 지금 북한엔 꿈보다는 현실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이계성 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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