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중순으로 알려진 북한의 장거리 로켓 '은하 3호'의 발사 시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북한은 이 로켓이 우주발사체라고 주장한다. 인공위성(광명성 3호)을 쏘아 올린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이번 발사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두 기술 모두 탑재체를 우주에 올린다는 점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공우주 전문가들은 핵탄두를 얹으면 ICBM, 인공위성을 실으면 우주발사체라고 단정 짓긴 어렵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두 기술 간에는 차이점이 많다.
먼저 선호하는 연료가 다르다. 우주발사체는 주로 액체연료를, ICBM은 고체연료를 쓴다. 한국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도 액체연료인 케로신(등유)을 사용한다. 케로신은 휘발유보다 연소가 더 잘 된다. 권세진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교수는 "액체연료는 100~300기압으로 꾹꾹 눌러 연료탱크에 저장한다"며 "부피를 줄이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태울 수 있기 때문에 큰 추력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당 내는 에너지도 고체연료보다 15% 크다.
문제는 시간이다. 액체연료는 로켓에 주입하는 데만 수 시간이 걸린다. 산화제가 들어있어 연료탱크를 부식시키기 때문에 오래 넣어둘 수도 없다. 반면 고체연료는 액체연료보다 에너지 효율은 떨어지는 대신 부식 위험이 없고 장착도 쉽다. ICBM은 고체연료를 쓴다. 고체연료를 로켓에 넣은 상태로 두기 때문에 발사 명령이 떨어지면 15분 안에 쏠 수 있다. 실제 미국과 러시아가 1950년대 ICBM을 처음 개발했을 때만해도 모두 액체연료를 썼으나 지금은 대부분 고체연료를 사용한다.
두 기술의 가장 큰 차이점은 탑재체의 분리 기술이다. 우주발사체는 인공위성을 우주에 올리면 그걸로 임무가 끝난다. 나로호의 경우 상공 196㎞에서 1단 로켓이 떨어져 나간 뒤 2단 로켓이 점화돼 인공위성을 상공 300㎞에 올려놓는다. 2단 로켓과 분리된 인공위성은 자체 엔진을 가동한다. 인공위성은 본래 궤도에서 10㎞ 정도 벗어나도 방향과 속도를 스스로 조정하며 제 궤도를 찾아간다.
ICBM은 그렇지 않다. 상공 200~600㎞에서 로켓과 분리된 탄두는 포물선 궤도를 그리며 최대 상공 1,200㎞까지 올라갔다가 지상으로 떨어진다. 이때 탄두의 방향, 속도, 각도를 제어할 아무런 장치가 없다. 로켓과 분리될 때 탄두의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지상에 떨어질 때는 상당한 오차가 생긴다는 얘기다. 권 교수는 "오차가 날 확률이 크기 때문에 ICBM엔 재래식 탄두보다는 핵탄두를 싣는다"며 "핵탄두는 목표 지점에서 수십㎞ 벗어난 곳에 떨어져도 핵폭풍으로 반경 100㎞ 안에 있는 모든 것을 파괴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로켓과 분리된 인공위성에 영향을 미치는 힘은 중력 정도다. 반면 우주 공간에서 다시 대기권으로 들어오는 ICBM은 중력 마찰열 등 여러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ICBM은 탄두를 분리할 때 총알처럼 회전시킨다. 오차를 줄이기 위해서다. 우주 공간에선 빠르게 회전하지 않아도 괜찮지만 대기권에 들어왔을 땐 바람에 날려 경로가 바뀔 가능성이 크다.
대기권에 재진입할 때 탄두의 속도는 마하 20(음속의 20배·약 시속 2만1,000㎞). 미국이 보유한 ICBM '피스메이커'는 마하 25로 떨어진다. 이때 탄두의 온도는 섭씨 1만도까지 올라간다. 공기와 부딪히면서 생긴 마찰열 때문이다. 이 열을 탄두가 견디게 하는 것도 ICBM의 핵심 기술. 윤웅섭 한국연구재단 거대과학단장(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은 "탄두를 감싼 탄소 소재 외피가 대신 타버리면서 탄두를 보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주발사체 기술을 갖고 있는 나라는 많지만 ICBM 개발 기술을 갖고 있는 국가는 미국 러시아 일본 정도"라며 "ICBM은 탑재체를 매우 정밀하게 분리해야 하기 때문에 우주발사체보다 만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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