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사경(寫經) 기능전승자 김경호(50)씨의 사경이 지난해 미국 신학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캘리포니아주 클레어몬트 링컨대에 모셔진 한국 불상의 복장물(腹藏物)로 봉안된다.
불교 경전을 베껴 쓰는 사경은 부처의 진신사리를 대신해 불상에 넣어 법사리로도 쓰인다. 불상을 단순한 조각품이 아닌 신앙의 대상으로 만들기 위한 여러 상징적인 복장물 중 하나로, 미 신학대 한국 불상에 사경을 봉안하는 것은 처음이다.
김씨는 1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두 달 간의 작업 끝에 최근 클레어몬트 링컨대 측으로부터 의뢰 받은 사경을 전통적인 고려사경 방식으로 완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의미를 묻자 "이번 작업이 한국불교를 세계에 알리는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는 말로 대신했다. 복장사경을 처음으로 한글로 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사경 표지는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기와 무궁화를 바탕으로 하는 한태극무궁당초문으로 꾸몄다.
전통사경을 알리는 것 자체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제작비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외국에서 열린 전통사경 전시회를 갈 때마다 사람들이 한국불교는 잘 모르는 게 아쉬웠어요. 반면 일본불교와 티베트불교는 유명하더라고요. 이를 보면서 해외에 한국불교를 알리는 가장 간단한 방법으로 문화적 접근 필요성을 생각했고, 사경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어요."
그는 이번 작업 때 경전으로 '묘법연화경 관세음보살보문품'(관음경)을 택했다. 관음경은 중생들의 고통을 1,000 개의 귀로 듣고, 1,000 개의 눈으로 보고, 1,000 개의 손으로 어루만져서 아픔을 치유하고 고민을 해결해 주는 관세음보살의 신앙을 담고 있다. 김씨는 "가장 친숙한 보살인 관세음보살을 통해 인류와 세상의 행복을 기원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가로 450㎝, 세로 6㎝의 크기인 이 감지금니(紺紙金泥) 사경엔 2~5㎜의 작은 글자 3,000자를 써 넣었다.
중학교 때부터 사경을 시작해 35년 경력이 쌓인 그는 "사경의 역사ㆍ문화적 의의가 과소평가 되고 있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고려시대 때 국가 차원에서 사경원을 운영하고, 당시 원나라에 사경 전문가 100명을 파견 보냈을 만큼 사경은 한 시대를 대표하는 사료였어요. 전통사경의 세계화를 위해선 더 많은 사람들이 사경의 중요성을 조명해야 한다고 봅니다."
김씨는 6일(현지시간) 오후 2시 미 현지에서 열리는 사경 봉안식에 참석하며, 8일 오전 11시엔 로스엔젤레스 원명사에서 한국의 전통사경을 주제로 특강한다. 10월엔 뉴욕 플러싱 타운홀 갤러리에서 제7회 한국사경연구회원 초대전을 열어 전통사경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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