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때 묻은 물건의 가치를 알아보는 눈밝은 국내 소장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홍대 터줏대감이자 유명한 가구 콜렉터인 김명한 aA 디자인 뮤지엄 대표와 프랑스 가구 톨릭스 빈티지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구자영 레스토랑 그안 대표를 비롯해 12명의 수집가들이 '디자인, 콜렉션, 플리마켓' 전에 소장품을 내놓았다.
전시장엔 이들이 유럽 벼룩시장에서 구입한 소박하고 대중적인 생활 가구가 다수를 차지한다. 심플하지만 오랜 세월에도 변함없는 견고함은 지속가능한 디자인의 조건을 넌지시 제시하는 듯하다.
1920~30년대 프랑스에서 대량생산된 톨릭스 의자와 테이블은 아연도금강판에 다양한 색채를 입혀 대중적인 인기를 얻은 제품이다. 당시 공장, 사무실, 병원, 공원, 카페 등지에서 쓰지 않은 곳이 없었을 정도. 수많은 이들의 손길이 닿은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의자와 테이블은 이번 전시장에 차려진 카페 공간에 놓였다.
전시장 한쪽은 20세기 중반 유럽의 가정집 분위기를 가늠할 수 있는 생활 공간으로 꾸몄다. 1950~60년대 영국 서민 가정에서 사용하던 낡은 서랍장과 1950년대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패브릭, 가드닝 소품 등 무명씨가 디자인한 제품이 전하는 소박함이 정겹다.
수집가가 리폼한 조명의 히스토리도 흥미를 끈다. 거실에 사용하는 목이 기다란 조명 중 하나는 프랑스 베버(Webber)사가 1916년 제조한 치과의사용 조명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1920년대 선박 구조에 사용한 조명이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 로열코펜하겐 그릇 세트와 석기, 프리츠 헤닝센이 디자인했으나 단종된 1930년대 덴마크 소파, 덴마크 명품 오디오 브랜드 뱅앤올룹슨의 1960년대 후반 콤팩트오디오 등도 출품돼 눈길을 끈다. 5월 6일까지 서울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열린다. (02)720-5114
이인선기자 kell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