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신라 등 국내 대형 면세점들이 중소 납품업체에게서 백화점의 2배 가까운 바가지 수수료를 뜯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국내 브랜드 상품에 대해 해외 브랜드보다 4배나 많은 가혹한 판매수수료를 매기는 등 차별 대우도 심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일 호텔롯데, 호텔신라, 동화면세점, SK네트웍스(워커힐) 등 4개 대형 면세점이 중소 납품업체에게서 과도한 판매수수료를 받아 온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판매수수료가 55%를 넘는 업체의 비중은 해외 브랜드가 8.5%인 반면, 국내 브랜드는 27.8%나 됐다.
최고 판매수수료 품목은 김치와 김으로 무려 66%에 달했다. 수입 핸드백은 14%로 최저 수준이었다. 여기에는 15% 정도의 알선수수료가 포함돼 있어, 사실상 해외 수입 명품에는 수수료가 거의 붙지 않고 국내 납품업체에만 과도한 수수료를 떠넘긴 셈이다.
공정위가 이 같은 조사결과를 발표하자 국내 면세점 시장 1, 2위인 롯데(점유율 54.6%)와 신라(30.5%)가 4월부터 수수료를 3~11%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알선수수료를 제외하면 롯데는 인하 대상업체 54개의 평균수수료가 40.7%에서 35.1%로, 신라는 27개 업체의 수수료가 34.2%에서 28.6%로 내려간다. 동화, 워커힐, 한국관광공사 등 다른 면세점도 비슷한 수준으로 수수료를 내릴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형 면세점들이 백화점, 대형마트와 같이 판매수수료를 과도하게 받는 등 불공정행위를 일삼는다는 지적이 많아 조사를 벌였다”면서 “이번 조치로 중소 납품업체들이 우수 상품 개발 등 서비스 개선에 나설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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